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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 탈당의 담장 넘어갈까

2012-06-07기사 편집 2012-06-06 21: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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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cuadam@daejonilbo.com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선진통일당 이명수 의원이 당에 정을 못 붙이고 있는 것 같다. 총선 끝나고 나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탈당설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음의 절반은 떠났는지 모른다. 주변에서도 머지 않은 시기에 당과 결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하면 이 의원은 탈당이라는 담장 밑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 의원의 고민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재선 고지를 밟았지만 지금 그가 속한 선진통일당은 5석이 전부다. 18대 때 의정활동을 해본 그에게 초미니 정당은 굉장한 상실감을 안겨줬을 것으로 추정된다. 5명 중 하나가 돼서 무엇을 할 수 있으며, 특히 대선정국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회의감이 엄습했을 것이다. 또 4년간 호흡을 맞췄던 동료의원들이 대부분 야인이 된 것도 그에게 출구전략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새로 들어선 당의 지배체제에 대해서도 그는 마뜩치 않아 하는 눈치다. 이회창, 심대평으로 승계돼온 자유선진당의 당통이 끊김과 동시에 이인제 체제가 대신했지만 이 대표는 비상대책위라는 과도기를 거쳐 당권을 잡은 뒤 전직 대표들의 잔영을 지우다시피 했다. 당명도 바꾸고 정강정책도 중도 쪽으로 손질했으며 당 조직도 재정비했다. 18대 때의 당내 질서, 문화, 노선에 익숙해 있던 이 의원으로서는 그런 외과적 수술 행위가 적잖이 거북스러웠을 것이다.

또, 이 의원 미래에 대한 중간 점검 성격의 자기검증 문제를 꼽아 볼 수 있다. 관성적으로 총선에 임하게 되면 최고의 목표는 당선일 것이다. 재선, 3선, 4선의 코스를 밟아나가면서 정치적 볼륨을 키워나가는 게 정치인들의 보편적인 진화과정이기 때문이다. 가령, 강창희 국회의장, 박병석 국회부의장 내정자 케이스는 이 의원에게 일정부분 자극을 줬을 수 있다. 그들의 길을 따라갈 것인지 다른 무엇을 지향할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의원이 탈당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현실은 따라서 당 안팎의 현상적 요인과 개인의 내재적 요인이 뒤섞여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그를 둘러싼 당 내외 환경, 12월 대선 프레임과 무관하지 않은 충청 정치지형 및 그에 반응하는 지역구 주민들의 다수 정서, 여기에 유력 정파 진영과 호의적인 메시지가 오가는 상황이라면 이 의원 뿐 아니라 누구라도 고심이 깊어지는 건 인지상정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몇 가지 궁금증을 품어보는 게 순서일 듯 하다. 우선 이 의원에게 탈당은 기정사실의 문제인가. 나간다면 들어갈 곳과 입은 맞추고 있는 단계인가. 그리고 긴 안목으로 봤을 때 탈당은 성배가 될 것인가 독배가 될 것인가. 또 한 가지, 이즈음에 이적을 결심한다면 그것은 '이명수'의 시장 가치가 최고점을 찍는 일인가 아니면 성급한 투매의 오류에 해당하는 것인가.

탈당이라고 쓰인 한쪽 다리를 내민 이 의원이지만 뭐라 멘토링하는 행위는 주제넘은 일이다. 그의 지역구 주민들이 그를 재선시켜 줬고 그에게 현재의 당적을 해지하라고 주문하는 지역정서가 있다면 나머지 한쪽 다리마저 빼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그런 점을 이해는 하지만 우리 정치 문화에서 탈당이라는 용어는 일종의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나아가 시대상황이 변하면서 사어로 분류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자발적 당적변경은 현업 정치인에게는 어쨌든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에 비유된다. 또 그걸 상쇄시킬 만큼의 보상을 담보할 수 있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그렇다면 이 의원으로서는 필요이상 조급해 할 이유가 없다. 당 지도부와 궁합이 잘 안 맞아 신경 쓰인다면 비주류의 길이 있다. 어느 정당이고 노선 투쟁은 다반사고 그러면서 정치인 몸값은 올라가는 법이다. 새누리당, 민주당도 그렇게 싸우며 일상을 보낸다. 지금의 지도체제는 대선이라는 터널을 통과하면 미묘한 변화가 온다고 봐야 하고, 자연스레 대전·충남 정치권 힘의 역학관계도 이완되거나 또 다른 질서가 태동할 가능성이 높다.

임박한 대선 스케줄이 종료되면 지역 정치권 또한 세대교체를 피해갈 수 없다. 시기가 무르익게 되면 누군가는 준비돼 있어야 하고 전위에 서줘야 한다. 그게 이 의원이어야 한다는 결정론 차원은 아니지만 행정관료로 성공해 정치인으로 안착한 50대라는 이력은 괜찮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결정적 선택은 내가 주체로서 대가를 지불할 만할 때 겨뤄야 하는 외통수 게임 같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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