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대표적 현대무용단인 레 발레 세 드 라 베(Les Ballets C. de la B.) 내한공연이 11-13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올려질 작품은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Sidi Larbi Cherkaoui)의 2003년작 `믿음`(Foi). 무용수와 배우, 벨기에 고음악 연주단체 카필라 플라멘카(Capilla Flamenca)의 현장연주가 함께하는 `중세풍의, 그러나 매우 현대적인 내용의 댄스 오페라`이다. 벨기에의 유일한 한국인 무용수 김남진의 기량도 기대되는 공연이다.

모로코 혈통인 안무자 셰르카위(28)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2002년 모나코 댄스 포럼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니진스키 젊은 안무가상`을 받았을 정도로 주목받는 신예. 2003년 내한했던 빔 반데케이부스(Wim Vandekeybus), 2005년 내한 예정인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Anne Teresa de Keersmaeker)와 더불어 벨기에를 현대무용의 메카로 떠올리고 있는 인물이다.

가수와 연주자, 무용수와 배우 등 모두 18명이 출연하는 `믿음`에서는 독창적인 춤과 움직임, 경건한 중세음악, 그리고 여러 나라의 노래와 대사가 한데 뒤섞인다. 김남진이 부르는 `농부가`도 한 대목 나온다.

안무자는 말한다. "당신은 부모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사람들에게서 어떤 이야기들을 들었는가? 무엇을 읽었나? 그중에서 아직도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계속 살아남거나 전승되길 원하는가? 당신은 이것들에 대해서 확신하는가?..."

뉴욕 쌍둥이 빌딩을 연상시키는 높은 두 벽에 둘러싸인 무대는 마치 대재난이나 폭발 직후처럼 혼란스럽고 폐허를 연상시킨다. 직감적으로 `9.11 이후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셰르카위는 여기서 `두 세계-이중현실`을 보여준다. 몇몇 무용수는 `영혼`(수호천사)들이고 나머지는 현실세계의 `인간`들이다. 이들은 각자 모국어 대사와 노래, 그리고 곡예에 가까운 움직임과 춤을 통해 자신들이 겪었던 끔찍한 과거를 이야기한다. 잃어버린 아들을 찾아헤매는 어머니, 섹시한 기상 캐스터, 눈이 먼 사람, 간수, 그리고 외로워하는 영혼 등. 이들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문제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이처럼 숱한 사건.사고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안무자는 현재까지 오랜 세월 전승되고 있는 `믿음, 신념, 신화`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 개개인을 무의식 속에서 사로잡고 있는 `믿음`은 무엇인가? 이것이 우리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레 발레 세 드 라 베`의 정식 명칭은 `벨기에 현대발레단`(Les Ballets Contemporains de la Belgique)이다. 무용수, 배우, 연주자 등이 모인 이 젊은 예술가 집단은 무엇보다도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작품들로 유명하다. 무용과 연극, 음악, 미술, 서커스 등 다장르의 예술형태가 혼합되고, 일반인(아마추어)과 아이들, 장애인들이 함께하는 이들의 작품은 `무용단`이라는 단체명마저 무색하게 만든다.

이 단체는 1984년 벨기에 현대무용의 대부격인 알랭 플라텔(Alain Platel.48)이 대학도시 헨트(겐트)에 설립한 예술가들의 공동집단이다. 살아있는 예술정신의 교류와 충돌을 표방하는 단체로 현재는 플라텔과 셰르카위, 그리고 크리스틴 더 스메트(Christine De Smedt, 현재 예술감독), 쿤 아우구스테이넌(Koen Augustijnen)` 등 네 안무가를 중심으로 각 장르의 혁신적인 예술가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일찌감치 플라텔에게 발탁된 예술가들로, `끊임없이 뒤섞이면서 서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독특한 예술운동의 산실`을 지향한다. 또 `무용`보다는 `무브먼트 시어터(Movement Theatre)라고 불리기를 더 좋아한다.

이중에서도 셰르카위의 무대작업, 즉 현장음악이 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은 쿠르트 요스(Kurt Jooss)와 피나 바우슈(Pina Bausch)에 의해 정립된 `탄츠테아터`(Tanztheater)를 넘어 `안무된 음악극`(Choreographed Music Theater)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가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라고 평가받고 있다.

안트베르펜 출생인 셰르카위는 안네 테레사 더 케에르스매커가 이끄는 브뤼셀 소재 현대무용학교인 `P.A.R.T.S`에서 윌리엄 포사이드, 피나 바우슈, 트리샤 브라운 등의 방법론을 배웠다. 한편으로는 모든 표현형식에 개방적인 성격 때문에 힙합 단체와 모던재즈 단체에서도 춤을 추고, 뉴욕 브로드웨이 댄스 센터에서 수업을 받는 등 다양한 장르의 움직임을 익혔다.

그는 이미 유럽에서 컬트적인 인물로 통한다. "전쟁, 인종, 문화, 믿음 체계, 개인의 정체성 등 크고 무거운 주제들을 가지고도 매우 빈틈없는 작품들을 만들어내며"(평론가 로자 메이) 동작 측면에서도 발레, 현대무용, 힙합, 재즈 등 다양한 혼합이 특징이다.

공연시각 11-12일 오후 8시, 13일 오후 6시. 입장권 R석 6만, S석 5만, A석 3만원(사랑티켓 참가작). ☎2005-0114 , www.lga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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