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축구의 역사에 있어서 최악의 오심과 편파 판정들이 있다. 우선 1934 FIFA 월드컵은 베니토 무솔리니의 독재권력에 휘둘려 이탈리아의 전 경기에 걸쳐 오심과 편파 판정이 이뤄졌다. 이 대회 준우승국 체코슬로바키아의 선수 네예들리는 "패배했지만 살아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

두 번째는 1986년 월드컵 경기, 잉글랜드 대 아르헨티나의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골키퍼와 공중경합을 벌이던 와중에 왼손 주먹으로 공을 쳐서 넣어버렸다. 문제는 주심이 손으로 넣은 것인지 헤딩을 한 것인지 보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골로 인정이 됐다. 경기가 끝나고 마라도나는 '신의 손에 의해서 약간, 나머지는 마라도나의 머리에 의해서 득점한 것'이라고 애매한 인터뷰를 했는데 그 때문에 'Hand of God goal'이라 불린다.

난데없이 심판의 오심과 편파 판정을 논하는 것은, 22대 국회의원 선거의 뜨거운 열기 속에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과도하고 엉뚱한 심의와 제재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이하 선방위)는 총선·대선·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가 있을 때 선거방송 심의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설치되는 위원회다. 그런데 이 선방위가 선거와 관계없는 사안에도 징계를 내리고 정부·여당 비판 보도에만 법정 제재를 지나치게 자주 내리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 이번 총선 선방위 의결 내역을 보면, 선방위는 11차 회의까지 총 15건의 법정 제재를 내렸는데 모두 정부, 여당에 불리한 보도에 대한 것이었다. 임기 중반 동안 벌써 역대 총선 선방위 법정 제재 건수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레드카드라고 할만한 '관계자 징계'가 무려 9회나 쏟아졌다.

더 심각한 것은 모두 총선과는 무관한 이슈라는 것이다. 선방위는 지난 2월 27일 MBC '뉴스데스크'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수치를 전달하며 파란색 숫자 1을 그래픽으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법정제재 수준인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파란색 숫자 1의 표현이 민주당 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김건희 '여사'라는 호칭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이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았다.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법정 제재를 받았고,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뉴스를 다룬 평화방송 라디오 '김혜영의 뉴스공감' 1월 30일 방송분도 법정 제재인 '주의'를 받았는데 패널이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만 재판에 넘겨지고 아무도 참사에 대해 책임진 사람이 없다'고 발언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너무 빈번하자 재의요구권이라는 용어로 대체해 쓰고 있다는 변상욱기자의 발언도 '의견진술'제재를 받았다.

선방위는 이런 선거방송과 무관한 시사 현안들에 대해서 모두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그렇게 따지자면 우리 주변의 모든 일은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란 우리의 생활이자 일상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선방위는 현재 시청자들의 민원을 받아 선거 관련 방송의 공정성 준수 여부를 심의한다. 선방위는 선거기간에만 운영되는 만큼 심의와 제재조치 등을 방송통신위원회에 통보하면 제재조치 등을 해당 방송사에 지체없이 명령해야 하는 패스트 트랙이다. 이런 권한을 가진 선방위의 강경 판정은 자칫 자의적 권한 남용과 월권이 될 수 있다. 선방위의 이 같은 강경한 법정제재는 추후 방송사들에게 매우 커다란 손해를 끼친다. 법정 제재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가치이므로 언론에 대한 과도한 법정 제재는 위헌적 판정이 될 수 있다.

선방위는 그 취지에 따라 그 구성원이 다양하게 구성돼야 했고, 좀 더 신중히 심의해야 한다. 만약 심판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편향된 판정을 한다면 그 경기의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다. 심판이 그 공정성을 의심받는다는 건 경기 자체의 정당성을 잃게 할 수 있다. 공정한 선거를 위한 선거방송심의는 언론의 자유 기반 위에 이뤄져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편파 판정과 제재가 남발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와 공론의 장이 되는 미디어, 그리고 선방위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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