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인 디지털뉴스3팀 기자
최다인 디지털뉴스3팀 기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힘센 자들이 싸우는 틈 속에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약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의미다.

어쩌면 지금의 출구 없는 의료계 기득권층의 싸움을 설명하기 위해 지어진 속담이 아닐까 싶다.

의대 증원 2000명, 정부와 의사간 갈등의 시작이었다.

정부는 20년간 늘리지 않았던 의대생 수를 늘려, 필수의료까지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의사단체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의료서비스 질을 하락시킬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은 집단행동과 그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까지 치닫고 말았다.

지난달 20일부터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일부는 의료현장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의사 면허 정지와 구속 수사 등 엄정 대응 입장을 유지하며 복귀를 요구했다.

대전지역에서만 전공의 346명이 행정처분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지만, 복귀자는 단 1명이었다.

여기에 더 많은 고래들이 가세하면서, 출구 없는 대치가 이어졌다.

정부는 계획대로 의대 증원 작업을 추진했고,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사직 결의에 나섰다.

충남·건양대가 포함된 전국 의대 20곳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달 25일부터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키로 결정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증원 추진과 전공의의 사법조치 강행에 대응한 것이다.

하지만 거대한 고래 싸움에 '새우'는 없었다. 지역 의료를 살리고 시민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 하에 칼을 빼들었지만, 정작 시민들은 멍들어가고 있었다.

당장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길 위를 헤매야 했으며, 언제 악화될지 모르는 건강 상태를 걱정하다 하루가 가기도 했다. 논쟁이 장기화되면서 쌓이는 피로도도 상당했다.

기득권 층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출구를 찾아나서야 한다. 막은 귀를 뚫고 정부와 의사단체는 모두 한 발씩 양보해 대화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화의 중심에는 시민이 있어야 한다. 의대 증원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따른 정부와 의사간의 협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또 다시 지체한다면, 훗날 고래와 새우가 살아가야 할 바다에는 평화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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