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그렇듯 대학입시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온다. 현재 중3인 학생들이 치르게 되는 2028학년도 대입은 우리 사회가 경험해왔던 대학입시의 변화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그 구체적인 모습을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변화의 방향성을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와 수능 개편이 변화의 핵심 원인이다. 올해 중3이 고1이 되는 내년 2025학년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된다. 고등학교 수업이 일부 공통과목을 제외하고 학생들이 선택하는 대학 수업처럼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더불어 현재의 내신 9등급제 상대평가는 일부 공통과목을 제외하고는 A, B, C, D, E 5단계 성취도를 기본으로 하는 절대평가로 바뀐다. 그리고 2028학년도부터 대입 수능이 통합형으로 치러지게 된다. 즉 문과 이과 구별 없이 국어, 수학, 영어, 통합과학, 통합사회를 놓고 경쟁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정책이 대학입시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해 현재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단 학교의 내신 평가는 주로 절대평가로 약화 되고, 수능은 선택과목이 사라지긴 하지만 현재의 기본적인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가장 먼저 학생부 성적을 정량평가하는 수시 학생부 교과 전형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내신성적의 변별력이 약화 되는 것이 원인이다.

최근 각 대학의 교과 전형들을 살펴보면 변별력 확보의 핵심적 방향이 보인다. 그 방향은 교과 전형에서 내신성적을 정량평가하는 것과 함께 학생부 종합에서 활용하는 서류 정성 평가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많은 교사와 입학사정관들도 이러한 방식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는 연구자료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서류 정성평가가 더해지면 어떤 과목을 수강했는지도 평가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서 고교학점제 내에서 내신을 받기에 유리한 과목만을 수강 신청하는 쏠림현상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개편 수능은 대입에 어떤 영향을 줄까?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가 이미 정시에 수능 성적 외에 학생부 기재사항을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고 연세대도 그런 방식에 합류할 예정이다. 지난 1월 29일 열렸던 서울대학교 대입정책포럼에서는 2028 개편 수능에 대해 "고교 교육과 유리돼 학생의 대학 수학 준비에 미흡하며, 교육과정이 파행운영될 수 있고, 대학교육이 부실화될 수 있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서울대는 정시에서 수능에 더해 학생부를 중심으로 교과역량 평가를 강화하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 등급을 폐지하며, 정부와 조율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정시 모집인원을 축소하는 등 수능의 영향을 낮추려는 구상을 공개했다. 이런 흐름을 보면 대학들이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별 고사 특히 면접은 어떤 모습이 될까? 앞서 말한 서울대 대입정책포럼에서는 심층 면접의 강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을 평가하려는 구상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대학마다 상황이 다를 가능성이 크다. 면접은 대학 측의 준비에도 큰 부담이 되고, 평가받는 학생들에게도 큰 부담을 주는 형태의 평가이기 때문에 각 대학이 인재상, 대학별 고사의 필요성, 그리고 다른 전형요소의 변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하게 설계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결국, 종합적으로 보자면 2028학년도 대입 개편으로 학생부의 평가는 현재와 비교해서 정성평가의 비중이 더 커지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수능의 영향력은 적어도 현재보다는 줄이려는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며, 이런 과정에서 대학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그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한기온 제일학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