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박정숙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음력 1월 1일 설날,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음력 2월 1일 중화절, 옛 조상들께서 챙기던 세시이다. 중화절은 현재는 잊힌 세시 풍속이지만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일꾼들을 위한 날이다. 주인이 일꾼들에게 논농사 밭농사 준비로 힘들고 바빠지기 전에 미리 한 해 농사를 잘 부탁한다는 격려로 푸짐하게 상을 차려 대접하는 날이 중화절이다.

1849년 홍석모가 지은 동국세시기에 중화절에 대한 기록이 있다. "정월대보름날 세워 두었던 볏단에서 벼 이삭을 내려다가 흰떡을 만든다. 크게는 손바닥만 하게, 작게는 계란만 하게 만드는데 모두 반쪽이 둥근 옥 모양과 같다. 콩을 불려서 푹 익힌 다음 소를 만들어 떡 반죽 속에 넣고 시루 안에 솔잎을 겹겹이 깔고 찌는데 이를 송병(송편)이라 한다. 이것을 일꾼들에게 나이 수대로 먹인다. 농사일이 이때부터 시작되므로 이를 일꾼들에게 먹이는 것이다."

또 다른 중화절 풍속으로 주인집에서는 20세가 되는 일꾼에게 술과 송편, 갖은 음식으로 큰상을 차려 준다. 송편을 나이 수대로 먹은 후 일꾼은 소의 잔등을 타고 온 동네를 돌며 어른이 되었음을 알렸다. 성년이 된 일꾼은 어른들과 품앗이가 가능해져서 나이가 어린 일꾼들의 부러움을 샀다고 한다.

올해 외국 근로자 도입 규모가 역대 최대로 16만 5000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기존 국내에 상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까지 합치면 1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대부분이 3D 업종에 종사하는데 제조업에 40% 나머지는 건설 현장, 농촌 등에 투입된다고 한다. 특히 농촌은 트랙터, 콤바인 등 농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제외하고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농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고 한다.

돌아오는 일요일이 중화절이다. 주인의 입장에서 일꾼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해야 살아갈 수 있는 동반자로 외국인 근로자를 대해 주었으면 좋겠다. 술과 송편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열심히 일을 해보자는 의미로 따뜻한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정숙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박정숙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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