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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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보다는 실리를 따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명분에 얽매여 실리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의명분을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명분보다 실리를 택하려면 치열한 담론과 고심에도 명분을 따를 수 없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대의명분을 경시하여 쉽게 이익을 추구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선거는 국민에게 보이는 과정이 아름다워야 결과도 빛난다. 정당에는 항상 계파나 신구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렇더라도 이를 국민에게 이전투구 양상으로 적나라하게 비춰서는 안 된다. 국민이라는 명분에는 별 안중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특정 계파를 공천하려고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모호한 정성적 평가를 사용하면 안 된다. 국민에게 이를 여과 없이 드러내는 태도는 더욱더 나쁘다. 선거구 대부분을 경선으로 하고 정치신인에게 가점을 주면 족함에도 굳이 공천심사랍시고 편을 가르고 줄을 세워 이쁜 사람은 단수 공천을 주고 미운 사람은 아예 제외하는 처사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공천 파동이 있던 정당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적은 없다는 교훈을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은 순진해서 공천 끝나면 다 잊고 양강 구도에 따라 금세 집토끼로 변한다는 어리석은 생각은 접어야 한다. 정당의 공천과정이 실제로 공정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최소한 공정한 것으로 국민에게 비쳐야 명분을 얻을 수 있고 실리도 취할 수 있다.

물론 양당의 공천에서 어느 쪽의 세대교체가 더 잘 이루어졌다고 섣불리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공천과정이 국민에게 이미 불공정하게 보였다면 정치신인이 공천되어도 그의 유능함과 참신성보다는 어느 계파인지가 더 궁금해지는 아이러니만 나타날 것이다. 지금이라도 각 당 안팎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여야 실리를 잃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 파업 문제 또한 이런 관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할 지점이 있다. 정부나 의사단체 모두 국민을 절대 담보로 삼아서는 안 되고 실제 이를 명심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국민에게 그렇게 보이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어느 쪽이나 실력 행사로 나가기 전에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성찰해야 한다. 정부는 어느 지자체에서 어느 정도 의사가 부족하고 어느 지자체가 어느 정도의 의대 설립과 어떤 대학이 얼마의 증원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 및 인력 확충안을 어떤 식으로 마련하고 있는지를 과연 국민에게 진지하게 알리고 동의를 구하고, 입법부나 기존 시스템을 통한 노력을 어느 정도 했는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의사단체도 의사 증가가 의료 질 저하와 수가 증가로 이어진다는 막연한 주장만 내세우며 병상을 떠나서는 안 된다. 오히려 병상을 묵묵히 지키며 직업적 양심만으론 한계에 다다랐다고 국민을 차분하게 설득하려고 애써야 한다. 상당 수의 의대가 학생 증원을 신청한 것은 현실이지만 변호사 등 각종 전문직의 정원 증가가 그 분야의 질적 저하나 비용 증가를 초래하였다는 것이 아직 우리 사회에서 통념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서재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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