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40대 주부 이모 씨는 아이 둘을 낳고 정신없이 육아에 매진했다. 결혼 전 체중이 49kg 이었으나 아이 하나를 낳을 때마다 10kg씩 늘었고 요즘은 나잇살까지 붙어 이제 70kg를 훌쩍 넘어버렸다. 독한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도 시도해봤지만 3kg 이상 빠지지 않고 방심을 하면 오히려 4-5kg까지 늘어나는 요요현상으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이모 씨만의 사례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성인 비만율은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을 기준으로 19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26%이던 것이 2019년 조사결과 36.3%로 급격히 증가했다. 체중이 증가하게 되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협심증, 뇌졸중 등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고 나아가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비만은 위와 같은 뇌심혈관질환 뿐 아니라 많은 암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다소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남자의 경우 모든 암 사망의 14%, 여자의 경우 20%가 과도한 체중이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미국의 고도비만 환자들을 16년간 추적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해 보았더니 암 사망률이 정상 체중의 사람보다 남자는 52%, 여자는 62% 더 높았다.

비만 할수록, 발병률이 증가하는 암으로는 대장암, 담낭암, 식도암, 췌장암, 신장암, 위암, 전립선암 등이 있다.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비만으로 인슐린(혈당 조절 호르몬) 작용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인슐린 성장인자가 증가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비만으로 인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합성이 증가하게 돼 폐경을 전후로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이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비만하면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염증 물질과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게 되는데 이 경우 세포와 유전자가 손상을 받아서 암이 발생할 수 있다.

비만은 암환자의 사망율에도 영향을 준다. 암종별로는 비만한 사람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도가 남자의 경우 간암이 4.5배, 췌장암이 2.6배, 식도암이 1.6배, 암 전체적으로 1.5배 증가한다고 했다. 여자의 경우에는 자궁암이 6.3배, 신장암이 4.8배, 식도암이 2.6배, 암 전체적으로 1.9배 증가한다고 했다. 이처럼 비만은 암 발생율도 증가시키고 암 환자의 사망률 상승시켜 적절한 체중관리는 건강한 사람에서의 암 예방과 더불어 암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암 생존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비만은 게다가 암환자의 예후까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최근 연구결과들은 운동을 시키고 체중을 감소시켰더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던 대상자들에 비해 유방암 재발률이 감소했다.

이 같이 비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뇌심혈관질환 뿐 아니라 다양한 암의 발생을 증가시키는 위험인자이다. 금연과 더불어 비만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생활 습관에서 벗어난다면 암 발생을 70%나 예방할 수 있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비만을 해결함으로써 고혈압, 당뇨병, 뇌심혈관질환 뿐 아니라 암까지 예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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