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최근 미국 인공지능 개발사 OpenAI는 텍스트만으로 영상을 제작해 내는 AI 모델, '소라(Sora)'를 공개했다. OpenAI에서 개발한 생성형 AI 플랫폼 'ChatGPT'가 출시된 것은 2022년 11월 30일. GPT의 확산속도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보다 현격하게 더 빠르다. 오픈AI는 지난해 연매출 20억 달러(약 2조6700억 원)를 돌파해 1년간 70배 이상 급등했다.

GPT의 등장은 AI기술에 있어서 터닝 포인트 그 이상이다. 많은 학자들의 주장처럼 특이점(singularity)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특이점이란 인공지능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기점을 말한다.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저서 '특이점이 온다' 에서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혁신을 계속하는 '수확 가속의 법칙(The Law of Accelerating Returns)'을 반복해 결국 AI가 인류의 지능을 초월하는 특이점이 곧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AI는 모든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이 기술은 'AI 에이전트' 시대를 열어주는데,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처럼 AI 에이전트가 인간과 소통하고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세상이 곧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 기술의 핵심은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작용'이다. 맞춤 정보를 장착한 '진정한 의미의 AI 에이전트'는 딥러닝과 더불어 AI가 특정 사용자와 나눴던 대화 정보를 장기간 기억하고 학습한 후 이를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AI가 사람들의 취향과 정보를 반영하고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과연 편리하기만 한 일일까? AI가 인간의 지능을 초월했을 때 과연 인간에게는 이에 대한 통제수단이 있을까? 만약 전 인류를 절멸시킬 만큼 강력한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면 인류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이러한 우려들 때문에 많은 SF소설과 영화에서 미래사회는 대개 디스토피아로 그려진다. SF계의 고전인 '듄(Dune)'도 그렇다. 배경은 아득한 미래인 AG 10191년, 아이러니한 것은 미래사회가 오히려 중세사회와 닮아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와 황제가 등장하고 우주의 가장 귀한 재화 스파이스를 둘러싼 각축, 그리고 명문가의 혈투와 복수극, 영웅 신화가 펼쳐진다.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모든 서사의 원형은 절대자의 탄생과 성장, 모험과 고난을 다루고 있으니 이상할 것은 없다.

이상한 것은 기계문명이 최고로 발달했을 미래 사회에 이들의 전투가 칼과 백병전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히려 지나치게 발달한 방어 기술 때문인데, 전신을 둘러싸는 홀츠만 방어막이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만 투과시켜서다. 그래서인지 레이저 총이나 원거리 첨단 무기보다 칼이 더 효과적이다. 또 로봇과 같은 기계문명이 보이지 않는 배경에는 반과학기술문명 전쟁 '버틀레리안 지하드'가 있다. 먼 미래에 인간이 AI에게 지배당하는 상황이 벌어졌으며 기계에 대항한 인간들이 AI와 로봇을 모두 폐기하고 이를 금지시킨 저항운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인공지능 대신 인간은 예지력과 직관을 극대화시켜 컴퓨터와 같은 연산능력을 갖추거나 심지어 행성간 이동능력도 갖게 된다. 인간의 예지력과 직감의 발달이 기계를 능가한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듄'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세계를 움직이는 막후 세력인 베네 게세리트와 길드이다. 베네 게세리트는 여성만으로 구성된 종교적 조직으로, 이 여성들은 예지력과 신진대사 조절, 상대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는 '보이스' 등의 초능력을 구사한다.

지도자의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 폴의 강력한 예지력은 축복인 동시에 저주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과 죽음으로 치닫는 환영에 시달린다. 영웅이나 지도자, 메시아의 길은 순탄치 않고, 민중에게도 그것은 축복만은 아니다. 소설의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가 영화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영웅은 인류에게 재앙'이라는 것이다. 듄의 주인공은 메시아나 마흐디의 신화라기보다는 권력의 욕망에 끝없이 번뇌하는 인간상, '맥베스'에 가깝다. AI를 장착해 나가는 우리의 운명도 비슷한 것 같다.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