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 교육·주거·교통·의료 등 인프라 한계
"가뜩이나 인력풀 좁은데"…우주청 합류 '미온적'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판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이 개청을 앞두고 있지만, 유수의 인력 확보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가뜩이나 국내 인력 풀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우주항공청 입지의 취약한 정주여건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목표로 잡은 '5월 개청'까지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일부 전문가들이 정주여건을 우려해 합류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난제다.

2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은 내달 임기제 공무원 등의 채용 공고를 내고 인력 모집에 나선다. 개청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공고와 접수 기간 등을 고려해 내달 초 본격 채용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

당초 과기정통부가 내세운 우주항공청 인력 규모는 연구원 200명, 행정 인력 100명 등 총 300명이었다. 이중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관되는 인력은 50여 명 규모다. 추진단은 신규 모집 인력 등을 포함하면 개청 시기와 맞물려 최소한의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유수의 인력 확보를 위해 일부 전문가들에게 우주항공청 합류를 타진하고 있지만, 입지적인 한계로 채용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우주항공청이 들어설 경남 사천은 우주 인력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주거, 교육, 의료, 교통 인프라가 부족하다. 자녀 교육에 걱정이 큰 젊은 인력들이 마음 놓고 정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도 낮은 처우 등을 이유로 수도권 인재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사천행을 선택하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우주항공청으로 이관될 예정인 과기정통부와 산자부 인력들도 사천 이주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우주항공청 최적지로 꼽혔던 대전에서도 수도권 인재 유출이 고민거리인데, 젊은 연구자들이 사천행을 택하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인력 풀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유수의 연구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다.

우주항공청 소관으로 이관될 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에서 파견 인력이 투입된다 하더라도, 그 규모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고 우주 인력 양성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경남 사천시 등 관련 지자체가 우주항공청과 시너지를 낼 민간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주여건 한계에 부딪치는 모습이다. 경남도는 최근 대전권 우주항공기업을 유치하고자 대전에서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대전 한 우주업체 대표는 "본사 이전은 어렵겠지만, 우주항공청 개청 이후 경남 지자체에서 혜택을 준다는 전제 하에 지사 설립을 고민하는 업체들이 생길 순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임직원들이 사천으로 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사실상 혜택만 갖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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