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온 제일학원 이사장
한기온 제일학원 이사장

비교적 최근에 뉴스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소재 중 하나가 학교폭력일 것이다. 어떤 공직자의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뉴스와 학교폭력이 소재인 드라마가 우리나라를 넘어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 배우가, 모 가수가, 모 운동선수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뉴스가 거의 끊이지 않고 등장했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아마도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학창시절을 지나 어른이 돼서도 아이들 간의 다툼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피해자의 상처가 깊이 남아 아물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에 공분의 분위기가 널리 퍼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교폭력 기재사항을 활용해 각 대학이 자체 규정에 따라 감점 처리하거나, 아예 입학 지원자격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졸업생이나 검정고시생에 대해서도 학생부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학교를 그만둬도 감출 수가 없다는 뜻이다. 기록은 졸업 후 4년간 남게 된다.

피해자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신체적, 언어적 폭력, 스토킹, 사이버폭력, 성폭력, 왕따 등의 학교폭력을 당한 후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을 갈 수도 있다. 학창시절 겪었던 학교폭력을 오랜 시간이 지나 폭로하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봤다. 이런 피해자들을 지켜줄 보호자도 학교폭력을 방지하기에 실질적으로 어려운 면이 있다. 학교, 교사, 경찰, 법원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해도 거기다 마땅한 예방·대책이 없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사회 진출에 불이익을 주는 강력한 조치 외에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그래도 학생인데'라는 생각이 계속 남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특히 제도의 시행 과정에서 가해자인 것은 맞지만 학교폭력의 피해 정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받는 불이익이 너무 크다면 과연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우선 고민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법적 처벌로 해결할 것이면 대체 학교는 왜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 들게 만든다. 이런 모든 의문은 '아직은 교육을 받고 성장할 수 있는 학생인데'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거기에 형량을 높인다 해서 반드시 범죄율이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불이익을 준다 해서 반드시 학교폭력이 더 줄어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고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학교폭력 중에 범죄에 가까운 중대한 사안은 논외로 하고 사소한 다툼이나 친구끼리의 갈등처럼 어느 정도 가볍다고 할 수 있는 일의 해결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의 역할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시행될 제도가 주는 이점이 있겠지만 오히려 제도가 교육을 약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되뇌게 만든다. 제도의 구체적 운영이 중요하며 교육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간 학생 인권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교권이 약해졌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너진 교권과 안타까운 선택을 한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작년에 국민들을 슬프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조정하는 것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80%가 찬성을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학생들을 교육해야 할 우리 사회 전체의 힘과 의지가 너무 약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닐까?

진통제가 개발된 후 인류는 아픔을 불행으로 보고 행복을 위해 진통제를 찾게 됐다. 하지만 아픔도 삶의 일부이며 행복은 아픔을 피하려고 진통제를 찾는 것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학교폭력에 대해 현재 진통제를 급히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한기온 제일학원 이사장

한기온 제일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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