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스포츠 환경을 책임지는 체육회
안정적 예산 지원과 경영마인드 탑재
결국은 조직의 혁신적 변화만이 정답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지방체육회 이야기다. 우리나라엔 17개의 '시·도체육회'가 있고, 기초자치 수준으로 가면 총 226개의 '시·군·구체육회'도 있다. 대전으로 보면, 한 개의 시 체육회와 다섯 개의 구 체육회가 있는 것이다. 이들이 '지방체육회'다. 지자체 예산을 받으면서 지역의 모든 체육 업무를 수행한다. 물론 공무원 조직은 아니다. 과거, 지자체장(시장이나 구청장)이 '당연직 회장'을 맡으며 운영되던 '임의단체'였다. 그러다 보니 지자체장의 정치 조직처럼 운영되곤 했다. 결국 2019년,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법인 자격을 부여받고 독립적 조직이 되었다. 조직의 수장은 선거를 거친 민간인이 맡게 되었다.

어떤 조직이 법인이 되었다는 건 수익 사업이 가능해졌음을 뜻한다. 오래전 법인이 된 중앙의 대한체육회도 그동안 수익 사업을 해왔다(국민체육진흥법 제33조 2항). 부동산 임대 사업이나 체육시설 운영 사업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같은 법인임에도 지방체육회는 수익 사업을 할 수 없다. 법에 명시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법인으로 전환되었음에도 여전히 지방체육회는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받는다. 법 개정이 시급한 이유다. 물론 법을 개정해 수익사업을 해도 지자체로부터의 예산 지원은 필요하다. 대한체육회도 지원 예산 약 4300억 원 중 단 2.3%인 91억 만 자체 사업으로 벌어들일 정도니, 지방은 어떠하겠는가.

문제는 지자체의 태도. 자신들의 스포츠 업무를 대신 수행함에도, 지자체장 본인이 체육회장이 아니라고 예산 가지고 장난을 친다(한때 경기도가 그랬다). 물론 민간 회장이 따로 있는 조직에 지자체가 모든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억울할지 모르겠다. '그럴 거면 회장은 왜 뽑았나?' 특히 지자체장과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이 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지역에선 가시밭길이 연출되곤 했다. "차라리 법인이 아니었을 때가 좋았다." 한 워크숍에서 체육회 임원이 한 말이다. 지자체의 정치적 종속화에서 벗어나게 하려다 경제적 종속화에 맞닥뜨린 격이다. 이 딜레마,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체육회 구성원들의 답은 간결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지자체의 지방체육회 예산 지원을 강제화하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기금으로 지방체육회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지자체 눈치 안 보고 맘 편히 조직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해결책에는 일장일단이 있다. 안정적 예산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민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 계획과 실행이 가능해진다는 건 장점이다. 단점도 있다. 안정적 예산 지원이 자칫 조직의 타율성을 강화한다는 점이다. 정치적 간섭을 허용하고, 경기 침체나 정부 긴축 시 예산 삭감 1순위가 될 수 있다. 비예측성은 커지고, 조직 의존성은 강해진다.

결국 답은 '이원화'다. 지자체로부터의 안정적 예산 지원은 분명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예산 지원의 강제성과 수익 사업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법이 할 일이다. 더 중요한 건 지방체육회에 '경영 마인드'를 심는 일. 법인으로서 지금과는 다른 사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 가지 사업을 제안한다. 첫째, 스포츠 데이터 기반 구축. 지역민의 생애주기별 신체활동과 체력 데이터부터, 체육시설과 지도자 데이터까지 정리하라. 지역 맞춤형 정책을 위해서다. 둘째, 지역의 스포츠 시설 확충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 지역, 학교, 아파트 내 유휴 시설을 찾아 리모델링하라. 민관 합동으로. 체육회는 '시설 발굴팀'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지역민 신체활동 디자인 서비스. 지역민에게 '찾아오라' 말고, 직접 '찾아가' 신체활동을 설계해 주자. 그런 서비스의 대가로 매월 1만 원씩 구독료를 받자. 인구 150만 명의 1%를 회원으로 하면, 한 달 1억 5000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결국, 답은 변화다. 언제나처럼,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지방체육회의 변화를 기대한다.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남상우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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