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화 이용화플란트치과 대표원장
이용화 이용화플란트치과 대표원장

나오지 않는 사랑니의 뿌리를 부여잡고/ 속울음을 삼킨다/ 이리 저리로 쑤셔대지만/ 부러진 뿌리는 미동도 없다/ 어쩔수 없다, 내 힘으로/ 어쩔수 없는 것이 갈수록 많아진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가면/ 적어질줄만 알았다/ 늘어만 가는 주름마냥/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일에/ 꿈쩍 않는 세상일에/ 나도 따라 움직이기 싫다.(不動 2017)

이 시는 사랑니를 빼다가 지쳐서 한숨 돌리고 있을 때 머릿속으로 끄적인 것을 정리한 글이다. 세월이 갈수록 어쩔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이 많아지는 것이 인생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이 많아짐에도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모두의 직업과 인생에 있다. 내가 업으로 삼는 치과 영역에서 포기할 수 없는 두 가지는 공감 능력과 측은지심(惻隱之心)이다.

환자의 아픈 이유를 찾을 때 가장 좋은 도구는 엑스레이도, CT도 아니라, 환자의 아픔에 대한 공감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란 섣불리 예단하지 않고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환자의 아픈 원인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료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측은지심이다. 측은지심이 있을 때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주는 노력을 할 수 있게 된다.

치과의사란 직업은 한평생 밥공기 만한 공간을 들여다봐야 하는 숙명을 가진, 사실은 자잘한(?) 직업이다. 그 직업이 사람의 몸을 다루고, 조금 더 공부하고 그 직업을 통해 얻는 보상이 크다고 해서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자잘한(?) 직업을 통해서도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참 감사하다.

젊은 아가씨가 앞니 치아 성형을 하러 왔다. 그런데 목이 잠겨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치아 성형 치료를 하는 와중에 살펴보니 호흡의 깊이가 대단히 얕다. 치료 종료 후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의 원인에 대해 말을 해주었다. 천(淺)호흡, 즉 얕은 호흡으로 인해 폐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서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고 가슴을 펴고 깊은 호흡을 하도록 권고해드렸다. 딱 한 달 뒤 정말로 소리가 예전에 비해 맑게 나오기 시작한다. 예뻐진 이와 아름다워진 목소리로 자신감 있는 인생을 살기를 바래본다.

얼마 전 모 지방의 대학생으로부터 무려 4페이지에 달하는 손편지를 받았다. 젊어서 홀로 된 엄마가 두 딸을 키우느라 자신의 이를 돌볼 겨를이 없었고 이런 엄마의 이가 망가진 것을 모르다가 최근에 알게 됐지만 대학 졸업반인 자신의 능력으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도움의 편지를 쓴 것이었다. 치과에 내원해서 접수하는 순간부터, 그리고 상담하는 내내 엄마와 딸이 연신 눈물을 훔친다. 50대 초반임에도 온전한 이가 서너 개에 불과하다. 치과 치료가 엄마와 딸의 삶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움을 드린 적이 있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도 그 따님은 어엿한 직장인이 돼 명절에 늘 소식을 전하고 있어 고마울 뿐이다.

모든 직업은 누군가에게 유익한 무엇인가를 주는 일이다. 다만 악인들의 직업은 무언가를 빼앗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기를 반복하는 일상 가운데 지친 모든 직업인들이 어찌할수 없는 인생 가운데에서도 지치기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이용화 이용화플란트치과 대표원장

이용화 이용화플란트치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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