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검찰 조사 앞서 시지프스 언급
무한반복 양면 속 '지방의회 논란 영속성' 단상
부조리의 철학적 담론, 정치인들 어떻게 볼 지

우세영 취재 1팀장
우세영 취재 1팀장

시시포스(Sisypos, Sisyphus)는 고대 그리스 신화의 인물이다. 시지프, 시지푸스, 시지프스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 '시시포스'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접하며 처음으로 알게 됐다. 당시를 더듬어 보면 카뮈의 논리가 꽤 충격적이었고, 그가 이야기한 '부조리' '삶의 가치' 등에 대해 나름 심각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신(神)들을 기만한 시시포스는 바위를 산 위로 밀어 올리는 벌을 받는다. 바위는 산꼭대기에 다다르면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시시포스는 다시 그 바위를 정상으로 올리는 일을 무한반복 해야 한다. 카뮈는 시시포스 신화를 '부조리의 각성'과 연결 짓는다" 등등.

이같은 시시포스의 이야기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에서 나와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에 앞서 "권력이 영원할 것 같지만 달도 차면 기울고 화무십일홍"이라며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는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네 번째 검찰 조사를 받는 자신의 처지를 시시포스의 끝없는 형벌에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강민국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이 대표는 시지프스를 언급하며, 마치 자신에 대한 수사가 '부조리'인 듯 항변했다"며 "이 대표는 알고 있는가. 시지프스는 애초에 욕심이 많았고, 속이기를 좋아했다. 이 대표와 닮은 시지프스, 끝없는 죗값을 받았던 그 결말도 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시포스 형벌의 무한반복과 관련, 이재명 대표는 '영속적인 굴레'로, 국민의힘은 '형벌의 이유'에 각각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출범 이후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전시의회가 최근엔 의원들의 해외 출장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특히 산업건설위원회가 지난해 말 스페인·프랑스 방문에 이어 8개월 만에 같은 이유(트램)로 호주 출장길에 오르며 말들이 많다. 트램이 추진된 2014년 민선 6기 이후부터 지난 10여 년 간 수없이 많은 공직자들이 해외 출장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산건위의 출장 전 열린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한 심사위원은 "지하철 2호선을 트램으로 계획한 민선 6기부터 지금까지 트램 관련 많은 공무 국외출장이 있었는데 출장 다녀오는 구성원들이 바뀌면서 출장 결과들이 잘 공유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이병철 산건위원장은 출장에 앞선 언론 브리핑에서 "어제 밥 먹었다고 오늘 밥 안 먹는 것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아 기자들을 당혹케 했다는 후문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앞두고 지난 8년간 '잼버리 개최'를 명목으로 관계 기관 공무원 등이 총 99회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는 언론 내용이 연상됐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 출범 이후 지방의회를 둘러싼 논란은 끊임이 없다.

이는 비단 대전시의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파행' '갈등' '대립' '거수기' '막말' '폭력' '입법과잉' '불통' '불신'의 연속이다. 의회(의원) 자질에서 비롯되는 이같은 논란은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논란의 영속성(永續性)'이랄까.

카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신화가 비극적인 것은 주인공의 의식이 깨어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성공의 희망이 그를 떠받쳐준다면 무엇 때문에 그가 고통스러워하겠는가"라고.

형벌과 무한반복에 담겨 있는 부조리의 철학적 담론을 여야 정치인들이, 지방의원들이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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