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돈 법무법인AK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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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형법은 형벌의 종류를 사형, 징역, 금고, 자격상실, 자격정지, 벌금, 구류, 과료, 몰수(추징)로 총 9개를 정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9개의 형벌 중 가장 낮은 단계에 위치하고 있는 몰수가 불가능할 때 선고하는 추징에 관해 다루고자 한다.

몰수와 추징은 기본적으로 범죄로 취득한 이득의 박탈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몰수란 범죄행위와 관련된 물품을 국고에 귀속시키는 것으로, 다른 종류의 형벌을 선고할 때 함께 내리는 부가형이다. 추징이란 몰수할 수 있는 물건을 전부 또는 일부를 사용했거나 분실하는 등 몰수가 불가능한 경우에 내리는 형벌이다. 몰수의 대상은 ①범죄행위에 제공하였거나 제공하려고 한 물건 ②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 ③위 물건 등으로 취득한 또 다른 물건이며 뇌물죄의 뇌물, 마약죄의 마약, 살인도구(흉기) 등이 대표적이다. 추징은 인터넷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거나 성매매업소를 운영해 발생한 범죄수익에 대해 부과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판사는 무엇을 근거로 추징금 액수를 산정할까? 공소권을 가진 검사가 피고인의 범죄로 인한 수익금을 산정해 추징금을 구형하고 검사의 구형을 토대로 판사가 판단하는 것이 당연한 사법절차다. 한편 추징액 인정에 대해 대법원은 "몰수, 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은 엄격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대법원은 검사의 추징금 산정 과정에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데, 사실상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범죄수익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증명하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검사가 과도하게 추징금을 구형했을 때 판사가 엄격한 증명을 요하지 않고 검사가 주장한 대로 추징금을 선고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피고인은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 잘못한 만큼만 형벌을 받는 것이 사법적 정의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이때 피고인은 과도한 추징금에 대하여 감액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추징금 산정에 관해 "피고인이 범죄행위를 하면서 지출한 운영비는 자신의 범죄행위를 정당화시키기 위한 방법에 지나지 않으므로 추징액에서 공제할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경우도 있고, "도박장 직원이 받은 급여에 대한 추징은 안 된다"라고 판시하기도 했다. 또한 직원에게 지급한 급여가 '범죄수익의 배분'인지 아니면 '단순한 비용지출'인지를 기준으로 추징 여부를 판단한 판례도 있으며, 최근 항소심에서는 직원에게 추징금 60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에 대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취득한 채권이 이 사건 범죄로 인해 얻은 재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한 사례도 있다.

피고인의 불법행위로 인해 취득한 범죄수익은 피고인으로부터 당연히 박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피고인이 취득한 범죄수익보다 과도하게 추징하는 경우를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다. 부가형인 몰수 및 추징은 다른 종류의 형벌과는 엄격히 구별돼야 하는 목적과 종류가 서로 다른 형벌이고, 잘못한 만큼만 법률에 맞게 처벌되는 것 또한 중요한 사법적 정의이기 때문이다. 박상돈 법무법인AK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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