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 회장
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 회장

수능에서 킬러문제를 제외한다는 기사가 나간 뒤 학원가에는 모든 준킬러문항을 정리해서 수업하겠다는 새로운 수업 광고가 도배되고 있고 중위권 학생들은 나도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생각됐는지 쉬운 수능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과연 중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일까?

수능에서 수학의 등급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수능에서 킬러문제 2문제를 틀려도 1등급이 나온다. 그리고 준킬러문제 2문제 정도를 더 틀리게 되면 2등급을 받을 수 있다. 즉 킬러문항 2문제를 틀려도 1등급이라는 얘기는 킬러문항을 못 풀어서 등급이 나오지 않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킬러문제가 사라지면 준킬러문제를 많이 출제할 수밖에 없는데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부담감이 줄었지만, 중위권 학생들이 느끼기에는 어려운 문제들이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면 위아래 선을 그은 듯한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나뉘고 중위권은 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위권 학생들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준킬러문항을 해결하며 상위권으로의 도약을 하는 학생들과 준킬러문제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내려앉을 학생들로 나눌 수 있다. 아마도 준킬러문제를 해결 못 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킬러문제가 사라진다 해도 중위권은 이익이라 볼 수 없고 상위권도 변별력이 없어져서 결과적으로는 모두 힘들어질 것이다.

그럼 킬러문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입에서 요즘 가장 핫한 이슈가 의치대다. 의사만 되면 편한 삶이 보장된다는 이유와 사회적 지위도 한몫했을 것이다. 수능에서 만점 맞으면 서울대 의대 한두 문제 틀리면 서울 소재 대학의대 그 이상 틀리면 지방대 의대를 간다라는 말이 학생들에게 떠돈다. 킬러문제의 존재 이유는 극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 킬러문제가 사라지면 모든 것이 운에 맡겨지게 될 수도 있다. 한 문제만 실수해도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일은 다반사일 것이며 학생 선별의 자율권을 가진 대학에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면접고사라든지 논술을 강화할 수밖에는 없다. 학생들에게 또 다른 공부를 추가하게 돼 학원만 더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걱정되는 한 가지는 학생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이다. 쉬운 수능 발표 이후에 문제의 출제방식 등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6월 모의고사 이후에 발표됐으므로 6월 모의고사는 지표로 활용하지 못하게 됐으며 수시 접수 이후에 실시하는 9월 모의고사 한 번으로는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능도 불안하지만, 수시지원도 쉽지 않게 됐다.

그리고 대학의 선발 방법이 가장 큰 문제인데 아마도 수능 전까지 결정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가장 공부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할 시기에 투덜거림만 늘어나게 됐다. 고등학교 입학 시기부터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학습결손이 가장 많은 학년이기 때문에 저주받은 해에 태어났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불안감을 해결해 주려면 구체화 된 대책이 필요하지만, 어려운 문제 없이 변별력을 확보하고 대학에서 선발 방법 등을 쉬운 수능에 맞추어 바꾸되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걱정이 크다.
 

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