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민주당 모습을 보면 연구대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바람 잘 날 없어 보이는 정당 이미지가 고착돼 가고 있어서다. 그게 외부 요인 때문이라면 정상을 감안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자리잡고 있다. 당내부가 온갖 잡음의 진앙지가 돼 버렸고 결정적으로 당대표 사법리스크와 전직 대표의 연루가 의심되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에 이어, '김남국 의원 코인' 의혹까지 터져 확산일로다.

그런 민주당에 난국을 극복하는 특별한 비방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해답은 이 당이 안팎의 파고에 대한 대응 방식에서 찾아지는데 한마디로 탈당의 일상화로 귀결된다 할 수 있다. 불미스런 일이 터져도 처음부터 탈당 카드를 쓰는 것은 아니다. 일단 버틸 수 있는 한 버텨보다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여론이 악화하면 그때 대단한 결단인 양 탈당 선언을 하는 패턴이 공식처럼 됐다. 민주당으로선 문제적 인물이 탈당해주는 그림을 반겨할 수밖에 없다. 윤리감찰을 한다, 진상조사단을 꾸린다 하며 법석을 떨지만 알아서 당을 나가주면 손에 피를 묻힐 일이 없어진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꼬리자르기의 연속이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 사람들은 당을 나가는 것에 대해 괘념치 않는다. 자진 탈당은 여반장이고 설령 출당이나 제명을 당하는 처지가 돼도 낙담하는 빛이 없다. 민주당 의원들에게 탈당이나 출당은 낯설다거나 두렵다거나 하는 선택과는 거리가 먼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후일을 기약할 수 있어서다. 일단 소나기를 피해서 좋고 선당후사로 포장까지 할 수 있으니 탈당이든 출당이든 소구력 만점일 수밖에 없다. 어떤 연유로 당을 떠났든 민주당도 의리를 잊지 않고 나중에 기회를 봐서 챙긴다. 이 무언의 '신의칙'이 민주당내에서 작동한 사례는 숱하다. 한술 더 떠 위장탈당한 이를 서슴없이 복당시켰으면 할말 다한 것이다.

매사 이런 식이나 민주당에서 누가 탈당했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해진다. 익숙한 풍경에 단련되다 보면 무감각해지게 되며 뭐가 달라지겠나 하고 만다. 민주당 주류 정서도 사람 한 두명 당을 뛰쳐나가는 것을 병가지상사로 받아들이는 기류다. 의석수가 압도적인 거대야당이어서 이런저런 문제로 동료 의원이 곤궁한 처지에 몰려도 내적 타격감을 걱정하지 않는다. 뒤늦게 비판적 목소리를 나오기는 하지만 그런 때면 꼭 맥락 없이 감싸고 도는 낯익은 이들이 튀어나와 당내 쓴소리를 요격할 태세로 논점을 흐리곤 한다.

시나브로 현역 의원의 탈당 결행은 민주당을 읽는 키워드가 되다시피 했다. 지난 21대 총선 이후 민주당의 의석수 증감 추이를 보면 수긍이 빠르다. 당시 민주당은 180석으로 출발했다. 비례대표 전문 위성정당이 얻은 의석을 합친 결과로, 공룡정당이 출현한 것이다. 그러나 개원 이후에 군소정당 출신들이 당을 떠난 데다 2021년 'LH사태' 여파로 171석에 턱걸이 했다. 이후 두 차례 170석 선이 무너졌다가 지난 4월 위장탈당 민형배 의원 복당으로 170석을 채웠다. 이 숫자는 한달 후 전대 돈봉투 파문이 불거지는 바람에 의원 2명이 이탈해 168석으로 줄어들었다가 지난 14일 김남국 의원이 탈당하면서 1석이 더 날아갔다.

그래도 배 부른 민주당이다. 지금 의석수만으로도 마음 먹으면 어떤 법안도 자력으로 처리가 가능해 무소불위에 가깝다. 탈당이나 출당이 대수일 리 없다. 누가 뭐라 하든 적당한 시기에 복당으로 받아주면 그만인 까닭이다. 이게 유권자 민의를 거스르는 일이고 나아가 책임정치를 왜곡시키는 것임을 부정하지 못하지만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이게 민주당 책임만은 아닐지 모른다. 지난 총선 때 희한한 선거법으로 선거를 치른 후과라고 볼 때 앞뒤 분간 못한 다른 정당의 과실도 작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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