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러시가 실버러시로 거듭나려면
충남 청양 옛 금광에 파크골프 메카 추진
대회유치, 관광 인프라 구축 뒤따라야
인접한 세종, 대전과의 협력 전략도 필요

송충원 충남취재본부장
송충원 충남취재본부장

"실버세대를 중심으로 파크골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데, 지리적 여건을 감안하면 이보다 더 좋은 종목은 없죠"

최근 체육 분야 최고 권위자를 만난 자리에서 충청에 어떤 전국대회를 유치해야 할 지를 묻자, 곧바로 되돌아온 그의 답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전국규모 파크골프대회를 지켜본 소회를 소개했다. 요약하자면, '경제적으로 풍유롭지 않은 중산층 어르신들이 집앞 천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놀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대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의 품격과 스타일이 고급스러웠고, 구장의 풍광과 시설 역시 일반 골프장 못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자녀와 손주들까지 함께 온 어르신들이 많아 지역차원에선 관광객 유치 효과가 매우 크다며 충청에서의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했다.

충남 청양은 '충남의 알프스'로 불린다. 청정지역으로 힐링하기 좋다는 표현이겠지만, 뒤집어보면 개발이 더디고 먹거리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청양이 최근 뜰썩이고 있다. 충남도가 청양소재 옛 구봉광산을 파크골프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과거 골드러시의 영광을 실버러시로 새롭게 재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구봉광산은 지난 1911년 개발된 뒤 60년 동안 국내 최대 금광으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1994년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고, 충남도가 매입해 종합사격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되면서 사실상 50년 가까이 방치돼 사실상 황무지화된 상태다. 이 곳에 전국 최대규모인 108홀 파크골프장과 교육센터가 들어서고 대한파크골프협회도 새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파크골프는 골프와 비슷하나 공과 홀이 커 쉽게 배울 수 있고 체력적인 부담도 적어 최근 실버세대를 중심으로 동호인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에 보조를 맞춘 충남도의 발 빠른 대응은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게 분명하다. 사실 도심 천변이나 평지에 설치된 기존 구장은 동호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굴곡 있고 풍광 좋은 구장을 찾아 다니는 어르신들이 급증한 추세를 감안하면, 광산 지형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구봉광산은 전국적인 명문구장이 될 수 있는 조건이 충분하다. 더구나 파크골프장의 면적은 일반 골프장의 1/50 수준이어서 환경파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대부분 충남도 소유지라는 점 도 큰 잇점이다. 충남이 파크골프의 메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막연한 희망사항이 아닌, 실현가능한 청사진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청양이 파크골프 메카로 거듭나려면 우선 충남의 과감하고도 적극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특히 관광과 숙박 등의 편의시설 확충이 급선무다. 전국에서 방문한 동호인들이 당일 골프만 치고 다시 돌아가게 해선 안된다. 단체로 오거나, 자식을 동반한 어르신들이 많은 것을 감안해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비해야 한다. 폐광을 활용한 체험형 관광코스를 개발한다면 가족단위 방문객이나, 골프가 끝난 동호인들에게 또 다른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청양과 마찬가지로 인구 2만 5000명에 불과한 호주 칼굴리 역시 금광으로 유명한 곳인데, 체험 관광이 활성화된 덕에 수많은 방문객들이 몰려드는 것도 참고해볼만 하다.

충청 지자체들의 상생과 협력 노력도 절실하다. 충남과 인접한 세종과 대전에서도 파크골프 기반조성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이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자칫 소통부재로 불필요한 중복투자나 과열경쟁이 발생한다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이 아닐 수 없다.

경남 창원은 오는 2026년까지 파크골프장 규모를 500홀로 확대한다는 목표아래 올해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다. 충청의 국토의 중심이라는 이점을 살려 실버러시를 이끌어내려면 보다 면밀한 마스터플랜을 세워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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