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유치 기관 포함 일괄 공개
내포 강점이면 피드백 보일 것
꾸준히 물밑 신뢰감 쌓아갈 때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2차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을 앞두고 충남도가 최근 중점 유치 대상 기관 명단을 공개했다. 충남도가 점 찍은 공공기관 총수는 34개다. 일단 충남도의 선제적 행동은 평가된다. 공공기관 유치 경쟁이 뜨거운 만큼 대체로 구체적인 추진 전략은 노출되지 않는다. 충남도는 그 반대의 수를 두었다. 아예 중점유치 대상 명단을 오픈해 버렸다. 뜻대로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단계에서 지니고 있는 패를 드러내 보인 것이다.

충남도 입장에선 손해 볼 결정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를 꼽자면 선수를 침으로써 기대되는 효과 같은 것이다. 이제 충남도가 34개 기관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냄에 따라 타 시·도들은 충남도 뒤를 따라 가기가 거북해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자연히 충남도를 상대로 해당 공공기관 유치전에서 경합 우위를 보일 확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심리전적 요인까지 감안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충남도가 기꺼이 패를 보여줌으로써 분위기를 선점한 것은 맞다고 본다.

공공기관들 입장에서 감정이입을 해봐도 충남도 방식은 긍정적인 인상을 주었을 법하다. 지금은 수도권에 있지만 미구에 지방 어느 혁신도시로 가야 하는 입장에서 선 제안을 받아둔 상황이 되면 상대적으로 여유가 주어진다. 그 점에서 34개 공공기관은 충남도라는 아주 강력한 이전 후보지 옵션 하나를 획득한 셈이 됐다. 그렇지 않고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면 피로감 누적과 함께 미래 설계에 대한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충남의 입지적 강점도 특기하지 않을 수 없다. 충남 혁신도시 중심지인 내포신도시 일원의 경우 당장은 한산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바로 그래서 일단의 공공기관들이 이전해 와서 둥지를 틀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도 내포신도시는 어엿한 충남판 행정중심도시다. 그런 도시와 충남 특화 기능군을 이루는 공공기관들이 결합하게 되면 성공적인 혁신도시 모델로서의 플랫폼을 선보일 게 자명하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내포신도시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존 혁신도시 수준의 공공기관들만 들어오면 그 이후부터 스스로의 추력으로 굴러가게 될 것임을 뜻한다.

충남 혁신도시의 성장 가능성과 관련한 매력 포인트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그중에서 특장점이라면 교통 편익성이다. 경부·호남축 KTX 고속선에 비견되는 서해복선전철이 개통 예정인데 충남 홍성에서 수도권까지 45분대 주파가 가능해진다. 공간적 초연결 기반이 구축되는 데 따른 내포신도시의 재발견이다. 공공기관들 입장에서 이전 후보지로 이만한 메리트가 내재해 있는 지역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고 봐야 한다. 또 인근 서산에는 민간공항이 들어선다. 수도권 시대를 마감하고 내포 시대를 여는 공공기관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아니고 무엇인가.

충남도의 공공기관 선별 안목도 무난했다. 무엇보다 타 지역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드래프트제를 고안해 적용 기관을 추린 것은 군더더기가 없다. 숫자도 13개면 적정한 데다 그에 더해 종사자수 총합이 9000명 대에 달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종사자수만 1600명이 넘는 한국환경공단이나 1300명대인 한국원자력의학원 등이 내포시에 들어서는 것은 대단한 유입이다. 탄소중립, 문화·체육 기능군의 유치기관들의 경우도 엄선됐다. 기존 혁신도시들과 전략적으로 차별화한 점이 돋보이는 한편, 재학생 및 교수진 등을 합쳐 3500명이 넘는 한국체대를 유치 기관 리스트에 포함시키는 등 실리의 극대화도 읽혀진다.

34개 공공기관과의 동행 의사를 공식화한 충남도다. 공공기관 유치 이슈를 선점하면서 충남도에서 이전 물꼬를 터야 하는 이유도 조리 있게 제시됐다. 34개 기관과 꾸준히 눈도 맞추고 물밑 신뢰감을 쌓아가면 시간은 충남 편으로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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