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물 취재팀 맡아…아이템 선정 고민
MZ세대 수습기자도 공감…늘 아쉬움 커
새로운 시도는 시행착오 통해 완성 자위

우세영 취재 1팀장
우세영 디지털뉴스 1팀장

최근 회사 내 조직개편으로 기획물 취재팀을 맡게 됐다.

일반에게도 흔히 알려진 '출입처' 중심의 보도가 아닌, 사전에 '아이템'을 선정 취재해 기사화하는 부서다.

지방 언론에선 한정된 인적 자원 등을 이유로 구성조차 힘든 팀이다.

대전일보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아 이번 조직개편에 따른 기획팀 신설은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고, 그만큼 실험적 성격이 짙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와 카카오(다음)에 뉴스를 제공하는 콘텐츠 제휴사(CP) 선정 이후 '디지털 뉴스' 강화와 함께 이뤄진 일종의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선 속보 등으로 독자 선호에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 오프라인에선 기존 출입처 위주의 부서와 기획팀을 중심으로 그동안 신문이 갖고 있는 역할을 병행하자는 취지다.

어쨌든 기획물 취재팀을 맡고난 이후 가장 큰 고민은 '아이템' 선정이다.

나름 '시의성(時宜性)' '가독성(可讀性)' '비판성' 등 선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무엇을 취재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여간 녹록치 않은 것이다.

매주 일요일 팀원들은 각자 제안한 아이템을 브리핑한 뒤, 관련 참고 자료와 선행 기사 등을 펼쳐 놓은 채 논의를 거쳐 취재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매일 회의를 통해 취재 결과에 따른 팩트 점검과 방향성 수정 등을 진행한다.

이같은 산고(?) 끝에 나온 결과물들이 '유망 스타트업 기업 대전 떠난다' '대전열병합발전 매각 후폭풍' '공주 채석단지 갈등 장기화…7년째 해결 실마리 못찾아' '정치·행정 1번지의 쇠락…중구의 르네상스 묘안 없나' '태안 기름유출 발전기금 1800억, 5년째 집행 못해' '세종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독일까 약일까' '수요 예측 실패…대안 없는 SRT 예매 전쟁'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낙하산 관행 끊는다' 등이다.

이런 가운데 한 수습기자의 말이 귀에 걸렸다. 통상 수습기자들은 일정 기간마다 부서별 전환 배치되는 데 각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이 중 한 수습기자가 회의실에 펼쳐진 일련의 기획기사를 보더니 '정치·행정 1번지의 쇠락'을 꼽았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한, 시쳇말로 잉크도 마르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다.

"다른 기사들은 처음 들어보기도 하고 다소 어렵지만, 이 기사는 매우 공감이 갑니다"

왜냐고 물었더니,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에게 들었던 얘기고, 중구를 가보면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게 없잖아요?"라고 반문했다.

대화 내용을 곱씹었다.

중구는 수습기자가 태어난 즈음부터 쇠락이 시작됐고, 이후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었다. 20여 년을 훌쩍 넘은 시간 동안 수습기자가 본 중구는 늘 그대로였을 것이다.

다시 해당 기사를 훑어보고, 관련 자료들을 살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이 눈에 띄었다. 원 장관은 지난해 '2022년 대한민국 도시혁신 산업박람회' 개막식에서 도시 역시 사람의 삶처럼 '탄생-성장-쇠퇴'의 주기를 갖는다며 도시 발전을 위해선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도시혁신을 이룰 수 없고, 민간과 공공은 물론 주민들의 의지와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중구는 국회의장과 대전시장, 3선 구청장 등 대전의 굵직한 정치인과 행정가들을 잇따라 배출했고, 수많은 활성화 정책이 투사됐다. 그럼에도 하향세가 멈추지 않았던 데엔 기사에서 진단한 내용과 원 장관의 말처럼 다양한 원인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을 것이다.

매 기획물들이 기사화된 이후엔 늘 그렇지만 만족감 보다는 아쉬움이 더욱 크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후속 취재를 통해 보다 정밀한 원인 파악과 해법을 모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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