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철학 (김성환 지음 / 믹스커피 / 2864쪽 / 1만 7000원)
5부에 걸쳐 철학이란 창으로 들여다보는 영화
22편의 영화와 철학의 상관 관계 엿보다


프랑스에선 1911년부터 건축과 조각, 문학, 공연 등에 이어 영화를 제7의 예술로 받아들였다. 창조하고 표현하려는 인간의 주요 활동 중 하나로 영화가 일상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영화는 오랜 역사를 거치며 기하급수적으로 확대 및 발전했고 영화를 즐기고 보는 방법론 또한 무수히 많아졌다.

이에 발맞춰 영화 또한 긴 시간을 거쳐오며 과학과 경제, 역사, 미술 등 수많은 주제로 인간의 삶에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은 각종 메시지를 함유하게 된 영화를 5부에 걸쳐 철학이라는 창으로 들여다본다. 1부에선 매트릭스 시리즈 4부작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전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이야기를 다루고 기계가 인류를 지배하는 미래를 선사하면서 먼 훗날에도 인간이 자유 의지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2부에선 사랑에 관해 묻는다. 어바웃타임과 건축학개론으로 결함투성이의 사랑을 말하고 첫 키스만 50번째를 통해 사랑을 결핍이 아닌 생산이라 설파한다.

히트작 어벤져스와 기생충 등을 통해 시간과 공간도 잊게끔 만드는 재미를 결정짓는 요소를 3부에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기생충을 조명하며 개별과 특수, 보편의 개념과 의미를 고찰해 전 세계를 매료시킨 '한국적임'이 무엇인지 다룬다.

변호인과 그랜 토리노로 상대가 나를 하나의 인간으로 받아들여 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랑블루로 인간과 동물 간의 공감 형성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5부에선 배트맨 3부작으로 '정의'에 대해 고찰한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다룬 공리주의와 법칙론, 자유지상주의 등의 이론을 가져와 영화의 핵심 철학에 발맞춰 이를 돌이켜 본다.

22편에 달하는 영화를 풀어주는 이 책을 보고 나면 어느새 전혀 무관할 것만 같은 영화와 철학이 미래와 사랑, 재미, 관계, 정의라는 키워드에 밀접하게 접해있고 적절한 곳에서 서로를 상호 보완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 김성환 씨는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데카르트의 철학 체계에서 형이상학과 과학의 관계'(1996)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대진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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