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만족, 가장 좋은? vs 가장 낮은 도시?
시민들 워라벨 위한 문화인프라 부족 갈증
똑같은 '짝퉁 도시' 양산 지양 고민 요구

최태영 취재2팀장
최태영 취재2팀장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는 어디일까.

통계청이 2021년 3월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2020년 주관적 만족감'에선 세종시가 '매우 만족'(25.2%)과 '약간 만족'(33.5%) 등 만족한다는 답변이 58.7%로 1위로 나타났다. 주관적 만족도 조사가 2015년에 시작된 세종시는 5년 만에 전국에서 가장 삶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가 됐고, 출범 9년 만에 전국 1위로 조사됐다.

연도별 만족도 역시 2015년 46.4%에서 2016년 56.4%, 2017년 41.6%, 2018년 56.7%, 2019년 53.2%였다. 불만족 비율도 8.4%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으며 서울(13.2%), 광주(10.3%), 제주(10.6%)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런데 또 다른 조사에선 이와 정반대의 결과도 있다. 삶의 만족도에서 세종시가 전국에서 가장 낮게 나타난 것이다. 세종시는 전반적 만족도를 포함해 각종 생활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는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2020년 6월 3일 개최한 '균형발전지표 이용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통해서 발표한 결과였다. 이날 한국갤럽 관계자가 발표한 '균형발전지표 실태조사 결과와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민이 생각하는 지역 내 삶의 전반적 만족도는 3.18점(5점 만점 기준)으로 나왔다. 17개 시도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전국 평균과 비교해도 0.36점 낮았다.

특히 '삶의 여건에 만족한다'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한 부정적 답변이 18.4%로 전국 평균(6.2%) 대비 3배 정도 높았다. 세종시는 특히 전국 평균치 이상을 상회하는 만족도를 보인 지표가 10개 중 자연환경 관리·보전 만족도, 소음·악취·쓰레기 처리 만족도 단 2개에 불과했다.

유사한 시기에 같은 만족도 조사에서 한쪽은 가장 높게, 한쪽은 가장 낮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에는 세종시가 자살율 전국 1위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왜 이렇게 편차가 극심할까. 조사 과정에서야 성별, 연령별, 동과 읍면지역간 거주지별, 면접 혹은 전화 방식별, 전화방식에서도 유선이냐 무선이냐 등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살면서 인간은 "나는 만족하며 살고 있나"라는 생각을 늘 한다. 굳이 신경화학물질 같은 호르몬 얘기를 꺼내 인간 행동의 측면을 제어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렇다. 도시와 농촌 생활의 비교, 도시 성장 속 개인의 삶, 일과 여가의 균형 등 수많은 고민과 질문을 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이 잘 이뤄져야 삶의 질(質)과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단어도 '워라벨'(Work-life balance)이다. 그만큼 일과 삶의 균형이란 단어가 일상어가 된지 오래다.

나아가 도시 성장으로 확장해 보면 세종시 역시 삶의 균형처럼 국토균형발전계획에 따라 개발한 곳이다. 지금도 개발 중이며, 2030년이 완성 목표 시점이다.

시민들이 세종에서 달리 느끼는 삶의 만족 체감 역시 '관점의 차이'일 수도 있다. 이 도시의 정체성은 '행정'에서 출발했다. 도시 콘텐츠가 '행정중심'이었기 때문이다.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로 승격된 이후 11년이 지났다. 마천루 같은 고층건물에 호수, 도시숲, 예술의전당 등이 급속도로 들어섰다. 그럼에도 이 도시민들은 늘 무언가에 목 말라 있다. 팍팍한 경제 상황 만이 아닌, 문화나 여가 등에서 갈증을 느낀다. 요즘은 삶에서 '무엇을 하냐'도 중요하나, '어떻게 사느냐'에 더 방점을 찍는다. 이 속에서 삶의 만족을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언지,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되는 시점이다.

똑같은 도시를 찍어내는 건 아닌지 사뭇 궁금하다. 행정중심도시가 다른 도시와 특색있는 혹은 차별화를 두지 않는 한, 삶의 만족도는 그저 그런 도시가 될 게 뻔하다.

행정수도로 만들어지는 세종시 역시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똑같이 만들어 놓으면 '짝퉁'만 양산하는 거와 다를게 없다는 어느 교수의 일침도 새겨볼 만 하다.

최태영 세종취재본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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