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원 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신부
강대원 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신부

아직 쌀쌀한 기운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봄 내음이 이곳저곳에서 올라오고 있다. 따스한 햇살과 더불어 봄비 소식은 추웠던 겨울을 보내고 봄과 함께 새로운 한 해를 힘차게 출발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완연한 봄의 기운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것과는 달리 각종 미디어를 통해 들려오는 소식들은 아직도 동장군의 기세가 한창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과 참사, 우리의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기세와 가스료 인상, 거기에 튀르키예의 지진으로 인한 많은 인명피해, 국민들의 삶의 질과는 무관하게 보이는 듯한 정치인들의 논쟁. 과연 '이 땅에 봄이 올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그렇지만 좋지 않은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이지 우리 주위에는 이 세상을 살아갈 맛이 나게 하는 숨은 주역들이 너무도 많고 그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어둠을 밝히는 빛과 소금과 같은 일들이 많이 있다. 다만 우리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들을 수 없을 뿐이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바로 숨은 주역들과 우리가 만들어 가는 행복한 드라마일 것이다.

이 세상을 바꾸고, 좋지 않은 흐름을 끊어버리고, 좋은 일을 만들어 가는 주체는 다른 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에게서 출발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한다면 미디어 속 좋지 않은 뉴스들을 바꾸는 것도 '나'이며, 세상 안에서 좋은 일들을 만들고 가꾸어 나가는 역할 역시 '나'라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나의 삶을 바꾸어 줄 수 없다. 혹여 누군가 나의 삶을 바꾸어 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의 것이기에 나에게서 영원할 수 없다.

필자도 그렇지만 이 세상이 돌아가는 것들을 보며 그것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하기보다는 혀를 차며 비판하고 한탄만 하는 것이 보통일 것 같다. 용기가 없는 것도 있고 무엇인가를 바꿔보고자 하는 의지도 없는 것이다. 머릿속에서만 생각하고 몸으로는 잘 옮기지 못하는 것이 나 자신의 모습이다. 하지만 봄은, 추웠던 겨울의 흔적을 녹이고 새로운 생명의 싹을 틔우는 일은 누군가에 의해 주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살아보고자 한다. 현실의 무게를 더 힘겹게 만드는 일에 더 관심을 두고 바꿀 수 있는 일들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도록 시작하는 것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처해진 어두운 현실을 밝게 바꾸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누군가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일을 지나치기보다는 그것에 동참하여 아주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하는 일들을 통해 아직은 살만 한 세상이라는 말과 더불어 나 역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봄이 오고 있다. 환경의 변화로 다가오는 봄뿐만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에도 봄이 오고 있다. 그것은 나 자신이 만들어 가는 변화이다. 무관심에서 관심으로, 나 자신에게서 다른 이에게로, 주저함에서 용기로 바꾸어 나갈 때 나와 우리의 삶에도 봄이 온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이 조물주의 뜻이라면 그 뜻에 맞게 살아가려는 노력이 우리 안에 있게 되었을 때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내가 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봄과 같은 존재가 함께 되기를 바란다. 보다 따뜻한 세상으로 만들어나가는 봄의 전령사가 되어 한 해를 같이 살아가 보자.

강대원 천주교 대전교구청 홍보국장·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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