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경선 구도 밋밋한데도
어쨌든 '화제성' 요소는 보여
다만 80만 당심은 '시계제로'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어쨌든 '화제성'을 더하고 있다. 이런 양태는 의외의 현상으로 여겨진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경우 흥미요소가 반감된 정치 이벤트라는 느낌이 앞섰다. 그 시작점으로 경선 규칙 개정을 꼽을 수 있다. 100% 당원 투표로 바꿔 버려 민심과 붙어 갈 수 있는 공간인 전대 운동장을 좁게 쓰는 것으로 결정된 것을 말한다. 그에 따른 명분과 논리 면에서 일리가 없지 않으나 생경한 구석이 없지 않았다. 당대표 경선을 벌이면서 일반 국민의 참여 공간 여지를 열어두지 않은 까닭이다.

그런 여당 전대가 흥행 면에선 선전중이다. 무대 공연작품에 비유하면 나름 티켓 파워를 보이는 것이다. 여당 전대의 메인 이벤트는 당대표 선거다. 이게 국민 일반에 소구되기 위한 제1 조건은 대진표의 탄탄함이라 할 수 있다. 가령 경쟁률이 높은 데다 후보들 지지율이 경합 양상을 띠게 되는 조합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여야를 불문하고 역대 전대 행사가 눈요기거리로 손색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여당 전대는 그 같은 여의도 문법과는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국민적 관심을 부양시키고 있는 것은 말하자면 흥행의 역설이다.

재화든 용역이든 구매 동기가 미약하게 부여되면 사람들의 외면을 부르기 십상이다. 여당 전대도 예외의 영역이 아니다. 그런 기준선에서 여당 전대가 다소 김이 빠진 측면이 없지 않은 데도 적잖이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다. 당대표 선거를 치르기 위한 대본 구성에서 밋밋하고 경선 레이스를 뛰는 주자들 캐스팅 면면도 그러저러한 수준임에도 마케팅이 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른 의문은 여당 전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로써 상당 정도 풀리게 된다. 그 키워드는 좋게 말하면 각본 없는 드라마 연출이라는 말로 압축 가능하다. 여당 당대표 경선 경과를 보면 콘텐츠의 핵심인 유력 경선 주자들의 서사가 미묘하게 충돌하면서 마찰음을 냄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자의반 타의반 당권 도전을 거둔 나경원 전 의원이 재소환되고 있는 현실도 눈길을 끈다. 나 전 의원에게 누가 집요하게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든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본다.

나 전 의원은 장외의 인물이다. 그런데도 당대표 경선판의 중요 인자로 인식될 정도로 정치적 몸값은 강보합세다. 이런 상황은 의표를 찌른다. 그에 그치지 않고 나 전 의원으로 말미암아 당대표 경선 판도와 관련한 예상 시나리오도 자극된다. 1차 본경선 투표에서 나 전 의원 지지표가 어떤 비율로 분산될지, 또 분산된다면 1차 투표에서 위력을 발휘할지 아니면 2차 결선투표로 인도하는 지렛대가 될지 등 전망과 분석이 풍성해 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여당 전대 판도에 역동성을 더해주고 있는 셈이니 예측불허에다 반전의 연출이라 하겠다.

여당 당대표 경선에서 나 전 의원이 거론되는 것은 그에 대한 지지층 표의 향배와 관련해서일 터이고 그에 기반해 경선 결과에 대한 예측의 틀을 세워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게다가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나 전 의원 존재 혹은 그에게 투영된 정권 주류의 메시지가 간단치 않음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요컨대 나 전 의원이 당대표 옵션이 되기 곤란한 사정과 논리가 있다면 후속하는 표적은 특정이 된 것이나 진배 없다. 여당 당대표 경선판이 변동성을 키우며 굴러가고 있는 것이 방증한다.

싱거운 대결이 될 것 같던 여당 당대표 경선이 양강 주자간 접전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는 정권 중심부가 세팅해 입력한 기대 값과 어긋나는 '전대 발사체'의 탄도 궤적일는지도 모른다. 대신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은 것은 확장성 면에서 망외의 소득이다. 여당 당대표 경선을 둘러싼 이 모든 야단법석에 대한 최종 평가와 선택은 80만여 당원들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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