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파(DARPA)의 최초 질문…정신 나간 기상천외한 실험
언론의 의문…비논리적 틈 발견, 나무-숲 메커니즘 이해
양 자 모두 '왜·어째서(why)?'에서 시작, 세상 바꿀 수 있어

우세영 
우세영 

미국 국방부 산하에 다르파(DARPA)라는 기관이 있다.

공식 명칭은 '미국국방부고등연구계획국(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이란 다소 긴 이름의 연구소다.

얼핏 대전 유성에 소재한 국방과학연구소(ADD, 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와 비슷해 보이나, ADD가 국방 및 관련 과학기술의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것과는 달리 다르파는 개발 전담 부서가 아니다.

이곳에서 연구하는 주제는 세상을 바꾸는 질문과 그에 따른 기상천외한 각종 실험이다.

인터넷, GPS, 자율주행 등 수많은 혁신 기술들이 다르파에서 비롯됐다.

최근 이화여대 최재천 석좌교수와 서울대 이정동 교수가 출연한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다르파가 언급되며 눈길을 끌었다.

이정동 교수는 "다르파는 '최초의 질문'을 던지는 곳"이라며, '최초의 질문'이란 기존의 로드맵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와 최재천 교수는 "가슴 뛰는 질문이 없는 곳에 인재가 머물지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자신만의 질문을 키워 나가야 한다" "최초의 질문은 결코 단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질문을 던지고, 조합하고, 비틀고, 수정하는 진화의 과정을 거친다" 등 명언을 쏟아냈다.

해당 프로그램을 보면서 언뜻 '언론의 의문'이 떠올랐다.

물론 이같은 당대의 석학들이 역설하는 높은 수준의 '고담준론'에 전혀 비할 바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소소한 의문이다. 또 이러한 단상(斷想)은 '최초'가 아닌 '질문'에 방점이 찍힌다.

통상적으로 언론의 의문은 다르파-과학기술-의 오버 테크놀러지(Over-Technology)나 정신 나간(기상천외) 질문·실험과는 거리가 멀다.

언론은 비논리적이거나 비합리적인 점을 발견하는데 힘을 쏟거나 앞뒤 맥락 속에서 틈을 찾는 데 주력한다. 경험이 축적되면 나무(부분)-숲(전체)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논리-합리의 선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다르파의 질문과 언론의 의문엔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왜·어째서(why)?'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왜·어째서(why)?'는 달리 말해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 순수한 의미에서의 '의심'과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스스로 모하비 사막을 달릴 수 있을까?'라는 다르파의 질문과 '정치인의 저 말이 사실일까'라는 언론의 의문은 이같은 의심에서 비롯된다.

언론에선 왕왕 기사의 시작점인 '왜·어째서(why)?'를 간과하며, 종국엔 '무엇을 써야 하는지' '왜 썼는지' 등이 모호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엔 뉴스 소비 과정에서도 비슷한 점을 발견한 수 있다.

인터넷 등으로 정보의 피로도가 점점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 미디어 범람이 더해지며 '무엇을 읽고 있는지' '왜 읽어야 하는지' 등 가치판단을 저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틈을 파고들며 독버섯처럼 자라는 게 있다. 소위 '가짜뉴스'다. 특정 목적을 위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민 뉴스, 의문이 아닌 답을 먼저 내놓는 뉴스. 이게 가짜뉴스다.

언론의 의문은 공공성이 우선시돼야 하며, 무엇보다 선명해야 한다. 그리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최초의 질문'과 '언론의 의문'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언론의 의문 역시 가슴 뛰고,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수록 좋은 의문이 된다.

다만 기상천외의 상상력 보다는 의지와 신념이 더욱 앞선 개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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