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목 서울취재본부 차장
백승목 서울취재본부 차장

2023년은 22대 총선을 한해 앞둔 해로 정치권은 사실상 '총선모드'로 돌입한 상태다. 일부 군소정당은 내년 총선 지역구 후보를 일찌감치 확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정치 양극화의 해법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제시하면서 판세를 흔들 수 있는 뇌관의 폭발력이 커지는 형국이다.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가세해 현행 소선거구제가 많은 사표 발생으로 국민 뜻이 제대로 선거 결과에 반영되지 못한다며 선거법 개정을 제안했다.

1987년 이후 소선거구제를 도입해 시행하는 우리나라는 1표라도 더 얻은 1명만 국회의원에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다. 사표를 양산해 유권자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 반면 중대선거구제는 정치권 물갈이를 어렵게 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나 사표를 줄이고 협치의 여지를 넓히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현재와 같이 거대 양당 후보가 특정 지역 의석을 독점하는 구조도 혁파할 수 있다는 점이 도입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한 것처럼 현행 소선거구제는 제3당의 진입을 어렵게 해 양당제 구도를 고착화하고 결과적으로 정당 간 경쟁과 타협보다 적대적 정치를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양당제와 다당제 중 어느 하나가 정답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적 양극화와 국민적 분열이 심각하게 악화하는 것은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1등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는 유권자 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지난 총선 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던 것은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이란 편법을 동원하는 바람에 이러한 선거법 개정 취지를 무너뜨린 대목이 씁쓸할 뿐이다.

선거법 개정은 총선 1년 전인 올 4월까지 하도록 돼 있다. 여야 모두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만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결국 의지에 달렸다. 선거구제 개혁은 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 공동 목표 아래 대승적 논의에 나서야 하는 '시대적 명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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