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익수 사도 요한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방익수 사도 요한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새해 더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이 아직 한 달 넘게 남아 있는데, 무슨 새해 인사를 벌써 하는지 의아해 하실지 모르겠다.

교회는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성탄 전 4주간의 시기를 대림시기라 하여 그 첫날을 한해의 시작으로 삼고 있다. 올해는 11월 27일이 대림 제1주일이면서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대림'이라는 단어는 '오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도착'을 뜻하는 라틴어 'Adventus'에서 유래한 말이다. 아기 예수의 오심을 기다리면서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대림 시기이다.

그러면 왜 대림시기는 4주간이나 보내는 걸까? 이는 구약의 이스라엘이 약속된 구세주를 기다리던 4000년을 상징한다. 이스라엘이 그토록 간절히 바랬던 그 마음으로 구원자 예수를 기다리는 것이 교회에서 말하는 대림의 마음이다.

이 시기, 거리와 상점들은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단장되기 시작하고, 미디어에는 캐롤도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성당에는 이와는 다른 장식물이 등장한다. 커다란 네 개의 색초와 그것을 둘러싼 화초 장식이다. 이는 '대림환'이라 부르는 대림시기의 상징이다. 환(環)은 둥글다는 뜻으로, 둥근 원은 시작도 끝도 없으신 영원하신 하느님을, 푸른 나뭇가지 장식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과 희망을, 네 개의 초는 이스라엘 백성이 메시아를 애타게 기다리던 구약의 4000년을 의미한다. 대림 4주 동안 가장 어두운 색인 보라색 초부터 시작해 가장 밝은 색인 흰색 초까지, 매주 하나씩 점점 밝은색을 밝혀가는데 이는 아기 예수가 빛으로서 오시어 세상을 더 밝게 비춰줄 날이 가까워져 오는 것을 알려준다.

앞서 말했듯이, 대림의 주제는 '기다림'이다. 교회에서 말하는 이 기다림은 두 가지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로 성탄에 대한 기다림이다. 교회는 대림시기 동안 성탄이라는 축제를 준비한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성탄은 한 역사적 인물의 생일이 아니라,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이 세상에 내려오신 신비다. 이 신비는 인류 역사 안에서 2000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으로,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기념하고 재현함으로써 하느님 자비와 구원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기다림은 재림에 대한 기다림이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이 시대의 종말과 하느님 나라의 도래 때 왕으로 오실 예수를 기다린다. 신앙은 두려움과 공포가 아닌, 희망과 기쁨 속에서 구세주의 재림을 기다리고, 구원의 완성을 바라는 희망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신앙인의 삶은 곧 대림의 삶이라 할 수 있다.

기다림, 우리는 실로 수많은 기다림 속에서 살아간다. 특정한 날이나, 어떤 결과를 기다리기도 하고, 약속을 한 상대를 기다리기도 한다. 주문한 음식이나, 택배도 우리 기다림의 주요 대상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이 기다림이 과거의 체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을 현재의 시간에서 기대하는 인간의 복합적이고 초월적인 감정이며 행위라 한다면, 단순하고 원초적인 기다림과는 달라야 한다. 이 기다림은 다른 말로 그리움이라 말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그립기에 기다리는 것이다. 아마도 이 그리움은 추억의 흔적도 아니고, 아쉽게 떠나보낸 사랑의 연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래에 다가올 인생도 아니다. 또한 아직 경험하지 못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작업도 아니다. 이 그리움의 뿌리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어떤 것, 곧 각자 안에 있는 절대자의 모상(模像)에 닿아 있는 것이 아닐런지….

이 그리움은 창조주를 닮은 나, 본래의 순결하고 맑은 나, 온전하고 충만한 나를 향한 그리움이고, 우리의 기다림은 바로 아기 예수의 얼굴을 통해 내 얼굴을 찾아가는 기다림이다. 이 그리움이 더해질수록, 기다림이 강해질수록, 아기 예수의 얼굴을 통해 각자의 얼굴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성탄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이즈음, 아이의 마음으로 더욱 간절하게, 연인의 마음으로 더욱 설레게, 또한 진지하고, 세심하게 이 그리움의 여정을, 성탄을 향한 여정을 시작하시길 바란다.

방익수 천주교 대전교구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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