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대전 이전 핵심 예산을
뭉텅 깎은 건 정책 가치와 배치
결자해지 않으면 후과 부를 것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방사청(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예산이 국방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뭉텅 깎였다. 액수는 총 210억 중 90억이며 120억 만 살려뒀다.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주도한 결과이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민주당 의원들에게 강하게 각을 세우지는 않은 듯 보인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의 경우 '방사청 대전 이전 논리 불충분' 발언이 예산 소위 속기록에서도 확인된다. 예산소위 위원장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맡았음에도 민주당 주장이 먹혀 들었다는 점도 탐탁치가 않다. 핵심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필수적인 예산 부분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유감은 증폭된다.

명확히 해야 할 것은 90억 삭감은 민주당 의원들의 협공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부분 이전에 따른 예산 낭비 업무 비효율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가 하면, 사전 준비 불비 등을 사유로 삭감 분위기를 주도한 게 민주당 의원들이다. 그런데다 이들이 수적 우위를 점하는 구조에서 방사청 예산을 곱게 심사해줄 리 만무였다. 국방위 혹은 국방위 소위 구성에서 국민의힘은 어쩔 수 없는 '을'의 처지였고 상대방인 민주당은 '갑'의 위력 보이기를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들 삭감 주장 배경에 일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완결성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정부 정책에 따라 붙은 예산도 그 연장선에서 합당한 기준으로 감액하는 것은 고유권한의 영역에 속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방사청 이전 예산 삭감 문제는 더욱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방사청 이전은 대통령 공약이며 국정과제로 못박혔다. 이후 해당 기관간 이전 협약도 맺었고 균형발전위 심의를 거쳐 국토부 이전 기관 지정·고시까지 끝낸 사안이다. 특히 방사청 이전은 큰 틀에서 균형발전 정책과 궤를 같이하면서 동시에 방산클러스터 구축이라는 충청 권역의 핵심이익을 확장한다. 그런 정책 상품의 가치와 지역민들이 기대치가 녹아있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나온 민주당 의원들이다.

벼르다시피 해 가며 90억을 감액함으로써 민주당이 취한 실익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 안 간다. 90억이 전혀 무용한 잉여 예산인 게 명백하다면 수고를 마다 않은 민주당의원들을 평가하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민주당 행태는 공감을 사기 어렵다. 방사청은 1년에 주무르는 예산 총액 규모가 17조에 육박하는 거대 기관이다. 그런 기관을 상대로 현미경 예산 심사를 하려고 마음 먹었으면 타 세출 항목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표적을 삼는다 게 기관 이전 예산이었고 팔을 비튼 끝에 90억을 감축했다.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힘 자랑을 한 셈이며 공당의 협량감이 느껴진다.

방사청이 이전 작업을 서둔 측면이 있다 해도 결국 시간 문제고 기왕이면 조기 이전하는 게 예산을 아끼는 길이다. 미미한 절차 상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그에 상응한 조건부로 수용을 해주지 못할 게 없었다. 예산은 필요할 때 적기에 집행할 필요가 있고 그래야 추가 부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다. 90억에 자물쇠를 채워놓는다고 거기에 복리가 붙어 불어나는 것도 아니며 종국에는 정부의 어느 예산 항목에 흡수돼 섞인 후 소진되거나 아니면 다음해로 이월될 뿐이다.

방사청 이전 90억 삭감 행태를 규정한다면 정치적 패착에 다름아니다. 아울러 그런 거북한 상황에 이른 책임의 상당 부분은 민주당에 있다고 보는 게 맞는다. 90억에는 방사청 이전 조속 추진이라는 정부 의지가 투사돼 있다. 또 90억에서 비롯되는 지역민을 향한 정책 메시지 효과도 각별하다. 그런 숫자가 상임위 예비 심사에서 지워지는 사달이 발생했고 그와 동시에 지역민들 자존감 일면을 생채기내는 후과로 이어졌다. 예결위 심사 단계에서 반드시 결자해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차기 총선 국면에서 애먼 지역 현역 의원들이 곤경에 빠지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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