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 회장
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 회장

이제 수능이 70여 일 남았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인 듯 느껴지지만 2개월이 넘는 시간이 남았으므로 수능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시간으로 보여진다. 현재 수험생들은 수시원서 접수 때문에 수능공부를 잠시 미루고 수시 합격 가능 대학들과 학과들을 검색하면서 수시전략을 짜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정시에 모든 것을 걸고 수시접수를 포기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학교에서 수시접수를 하도록 많이 강요하는 상황이라 수시접수를 포기하고 정시만으로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은 일단 첫 번째로 학교선생님의 권유를 거절하기가 힘들다. 학교에서는 왜 정시로 대학에 가려는 학생들에게 반대의 의견을 갖고 하위대학이라도 수시접수를 하도록 유도할까? 학생들을 설득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정시로 대학에 입학하는 성공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 정시 성공률의 하락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수시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은 총 6군데다. 보통 상향 한두 곳, 적정선 세 곳 그리고 안전지원 한두 곳 정도 지원을 한다. 문제는 안전지원하는 부분에 있다. 보통 안전빵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기도 한다. 안전지원의 경우 보통 최저등급이 없는 대학들의 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상향지원이나 적정지원의 경우 최저등급이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시지원은 6군데 중 하나라도 합격한다면 정시만으로는 지원이 불가능하다. 이전에 이미 수시에 합격한 학생이 수능점수가 아무리 높다 하더라도 수능 점수를 가지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안전지원 대학이 최저등급이 필요없는 확실한 합격선의 대학이라면 정시로 대학에 가는 일은 없는 것이다. 수능을 잘 봐서 최저등급 조건을 맞춘 뒤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은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성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착각이다. 학생들은 수능을 보기까지 아주 큰 압박감을 느낀다.

어찌 됐든 수능을 꼭 봐야 하는 것이라면 운명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많겠지만 수능을 보지않고 대학에 갈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한다면 학생들은 그 방법을 선택할 확률이 커진다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학을 조정하고 눈높이만 조금 낮춘다면 수능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요즘은 고등학교를 시험으로 입학하지않고 내신성적으로 학교를 배정한다. 큰 결정이 되는 시험에 대한 부분은 처음인 경우가 많다. 당연히 긴장감이 커지고 자신감이 떨어진다.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와 다를게 없다. 하지만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이보다 달콤한 유혹이 있을 수 있겠는가. 고3 학생들은 수시원서를 접수하는 순간부터 이미 수능을 포기하려는 마음을 갖기 시작한다. 단 2주라도 공부를 안 하면 감각이 현격히 떨어진다. 그런데 2개월씩 공부에서 손을 놓게 된다면 수능을 제실력으로 치를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대전지역의 모 학교 고3 9등급 학생에게 담임선생님이 해준 조언이 충격적이다. 수시를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9등급이면 꼴찌나 다름이 없다. 9등급도 좋은 대학에 가고싶은 욕망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수시지원이 아니고 정시지원으로 1년간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지역거점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아직 가능성이 있는 학생에게 공부낙제자라는 꼬리표를 미리 붙여두는 행동은 하지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는 선생님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시도 40% 가까운 수치로 입시에 상당한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수능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학생들에게 줘야 한다. 고3 학생들이 마지막 공부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힘을 내도록 만들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넌 이미 공부는 더 이상 가망이 없으니 적당한 삶을 찾으라는 표현은 학생들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다. 죄를 지은 사람도 성실한 삶의 기회를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동안 공부를 게을리 했던 것이 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시간을 선물해 줬으면 한다.

황성필 대전학원강사연합회 회장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