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논산 방위사업청 놓고 신경전
홍성-예산은 의병기념관 유치 갈등
'사분오열' 아닌 상생협력 관계 필요

송연순 논설위원
송연순 논설위원

충청권 지방자치단체가 방위사업청, KTX 세종역, 충남 의병기념관 등 각종 현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자칫 '사분오열'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대전시와 충남 논산시는 최근 방위사업청 유치를 놓고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지난달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전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인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논산시가 방사청 유치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 "방사청 대전 이전은 대통령께서 명확하게 공약한 사항"이라며 못 박았다. 그러자 방사청 논산 유치를 공약했던 백성현 논산시장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출했다. 백 시장은 이 시장의 기자회견이 있은 사흘 후 '방위사업청 논산 이전으로 국방안보 특례시 완성'이란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도 열었다. 대통령 대선 공약인 방사청 대전 이전이 확정 고시되고, 국비 예산 210억 원까지 편성된 상황에서 논산시가 계속 유치 경쟁을 벌인다면 소모적 논쟁과 불필요한 갈등만 초래할 뿐이다.

충남에서는 김태흠 지사의 공약인 '충남 의병기념관' 건립을 놓고 홍성군과 예산군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지역 의병의 역사적 발자취를 기리는 의병기념관 건립을 놓고 홍성군과 예산군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충남 의병기념관 건립 사업은 3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충남 의병 역사를 체계적으로 관리·보존하는 전시관과 기념탑, 공원 등을 2027년까지 완공하는 것이다. 홍성군은 항일 의병 전투가 벌어진 홍주읍성을 내세우고, 예산군은 중국 '상하이 의거'로 순국한 윤봉길 의사의 고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충남 의병의 역사를 기린다는 건립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충남도가 금산·계룡·논산 등 충남 남부 지역민의 민원행정 서비스 불편 해소 등을 위해 설치하려는 남부출장소를 두고도 해당 기초자치단체들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지역 갈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해양경찰 인재개발원' 유치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충남 당진·보령시, 강원 삼척시 등 3곳이 1차 후보지로 선정되면서 당진, 보령 간 치열한 물밑 경쟁도 예상된다.

세종시도 '지자체 간 갈등'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민호 세종시장이 'KTX 세종역' 신설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 충북도와 충남 공주시가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KTX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최 시장은 향후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과 대통령 제 2 집무실 설치로 교통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KTX 세종역 설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KTX 오송역과 공주역이 있는 충북도와 공주시는 기존 역사 이용객 감소를 우려해 세종역 신설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인접 지자체의 반발이 커지자 세종시는 세종역 신설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KTX 세종역 신설 문제는 언제든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어 여전히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와 세종시, 충남·충북도 등 4개 시도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통합하는 충청권 메가시티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 4개 시도는 충청권 메가시티를 조성하기로 하고, 중간 조직으로 특별지방자치단체인 '(가칭)충청 광역청' 설립을 위한 합동 추진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충청권 4개 시·도의 상생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만큼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지금 서로 힘을 합쳐 이뤄나갈 게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밥그릇만 챙기다간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 지나친 소(小) 지역주의는 공멸을 자초하게 된다. 충청권이 새로운 '국가 중심축'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분열과 대결이 아닌 상생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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