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대전 포함 발표로
우주산업 3축 구축 극적 부활
과기부는 정책 완성도 높여야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우주산업 클러스터 사업에 대전이 포함되는 것으로 주무부처인 과기부가 지난 22일 공식화했다. 결과만 떼어놓고 평가하면 대전의 판정승이라 할 만하다. 하마터면 경남 위성특화지구, 전남 발사체 특화지구 조합의 2축 체제로 굳어질 뻔했다. 적어도 지난달까지는 2축 체제가 원안이었다. 대전 유성 출신 조승래 의원의 국회 상임위 질의에 대한 과기부 장관의 답변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대전 포함 '우주 3축' 얘기는 일절 없었고 예의 2축 체제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정부 정책이라는 게 한번 확정·발표되고 나면 사후에 손을 쓸 수 있는 옵션이 좁아진다. 그렇게 볼 때 과기부 장관의 관련 발언은 역설적으로 반전의 시작점이었다 할 수 있다. 조 의원이 강력한 문제 제기를 통해 시간을 버는 역할수행해주었고, 그 사이 대전시에서는 이장우 시장이 3축 체제를 수정 제안하면서 대통령실 등을 상대로 지원사격을 요청하고 나섰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지정 관련한 과기부와의 전선 확대 전략으로 대전은 3축 관철을 위한 접전 구도를 형성할 수 있었고 반면에 과기부에는 정치적 부하가 걸리도록 했다.

이 대립 구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극적인 마침표가 찍혔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대전의 연구·인재 개발 클러스터가 추가된 3각(3축) 체제를 제대로 구축하겠다고 언명함으로써 대전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 연출됐다. 대통령이 지역 이해가 맞물린 정책 현안을 특정해 경과와 방향성을 설명하는 것은 드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추론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 우주산업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이 균형 잡힌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대전을 넣고 빼는 문제는 즉흥적일 수 없으며 상당한 검토 과정을 거친 판단작용의 귀결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대통령 정책적 의지를 소관 부처인 과기부가 빠르게 흡수하고 뒷받침하지 못한 인상을 준 것은 적잖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에도 한동안 과기부는 우왕좌왕하며 혼선을 가중시켰다. 엄밀한 의미에서 과기부는 대통령으로부터 의표를 찔린 셈이다. 장관이 2축 지정을 공언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3축으로 궤도를 수정했으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비상 상황임에도, 모호성 뒤에 숨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국정 운영이 대통령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 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되묻게 만든다.

이를 정책적 혼선으로 본다면 단순한 접근법이라 여겨진다. 국민을 상대로 한 대통령의 정책 관련 발언은 그 시점에서 최종안에 다름 아니다. 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축 내용도 마찬가지며 더구나 소관 부처인 과기부의 주요 정책 사안인 만큼 2축에서 3축으로 전환되게 된 것에 대해 과기부는 즉각 충분한 배경 설명을 제공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과기부는 이렇다 할 액션을 취하지 않은 채 대통령 회견 당일부터 계산해 5일간 입장 없음 모드였다. 일부 언론에서 과기부와 대통령실의 '엇박자' 보도가 나오고서야 22일 '3각 체제 구축 계획'이 담긴 설명 자료를 내놓았다. 특정 정책에 대한 설계와 추진 문제에 대해 부처 단위 과오를 부각시켜서 좋을 일은 없다. 다만 우주산업 클러스터 구축 사업을 입안·기획하면서 대전은 안중에 두지 않은 채 경남·전남만을 위한 맞춤형 정책 상품을 출시하려한 게 패착이었음을 지적해둘 필요는 있다.

우주산업에 관한한 핵심인프라, 연구·개발 노하우와 인력 등이 풍부한 대전 대덕이다. 그런 곳에 대해 우주산업 참여 기회를 닫아 놓고 우주강국 도약을 논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는 소리일 수가 없다. 대전을 포함한 우주산업 3축 구축은 최상의 조합이자 구성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제 정책을 숙성시켜 완성도를 높여야 할 과기부 책무성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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