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우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배창우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요즘 현장 방문을 할 때마다 중소기업 대표에게 매번 듣는 기업애로는 일할 사람을 채용할 수 없다는 구인난이다. 특히나 뿌리산업은 작업환경이 열악해서 더욱더 사람 구하기가 어렵고 이로 인해 공장 가동을 온전하게 할 수 없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여 근근이라도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내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도 구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어렵게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더라도 임금을 더 많이 주는 곳, 일하기 쉬운 곳, 생활하기 편한 곳으로 떠나버려 공장 운영하기가 겁난다고 한다.

뿌리산업이 산업의 주춧돌, 화수분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구인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뿌리기업의 구인난은 제조 현장 근무를 기피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청년 근로자가 유입되지 않고 이를 대체할 외국인 근로자 수급 또한 원활하지 않은 데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낮은 임금까지 더해진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히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는 이런 악순환을 확대재생산 한다.

대기업의 막대한 영업이익 수취와 임금 인상 러시는 대기업이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해당 산업의 가치사슬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중소기업 희생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산업의 가치사슬 구성원 각자에게 공평하게 이익이 분배되어야 지속 가능하고 건강한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즉, 이익의 편중은 가치사슬의 밑바닥을 구성하는 뿌리기업 등 중소기업의 지속성을 저해하여 산업 전체가 사상누각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대기업·중소기업 간 합리적인 이익 분배를 공론화하고 건강한 산업 가치사슬을 구축하고자 납품단가 연동제를 추진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자 노력 중이다. 또한, 정부는 산업의 근간으로서 뿌리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작년에 '뿌리산업법' 개정을 통해 뿌리산업 범위를 확대해 주요 산업 가치사슬의 밑그림을 구축했다.

뿌리기술의 소재 범위를 기존 금속 1개 분야에서 플라스틱, 고무, 세라믹, 탄소, 펄프를 포함하는 6개 분야로 다원화했고 '뿌리산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기술은 기존의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의 6개 기술에 사출·프레스, 정밀가공, 적층제조, 산업용 필름 및 지류 공정, 로봇, 센서, 산업지능형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설계 부문을 추가해 총 14개 기술로 확대됐다.

또한 튼튼한 뿌리기업을 육성하고자 중소벤처기업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뿌리기술전문기업, 뿌리기업명가, 일하기 좋은 뿌리기업을 지정해 자금, 인력, 기술개발 분야 등에서 가점 등 우대지원하고 있으며, 지역뿌리기술지원센터, 뿌리산업 특화단지, 뿌리기업 자동화·첨단화 지원사업, 글로벌주력산업품질대응 뿌리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시제품 제작, 기술애로 지원, 공정혁신, 기술 개발 장려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를 비롯해 대·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임금격차 해소와 스마트공장 보급, 뿌리기술전문기업 지정 등 뿌리산업 육성정책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말 그대로 뿌리산업이 각 산업에 화수분처럼 든든한 뿌리가 됐으면 한다.

배창우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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