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여중생 2명 망원경 시설 딛고 난간 매달려 소동…안전사고 유발 요소 多
CCTV 관제센터서 24시간 모니터링하지만 관리 인원 6명…선제 대응 어려워

12일 오후 세종 보람동 금강보행교 서측에 접근을 막는 안전띠가 둘러져 있다. 지난 8일 해당 장소에서 여중생 2명이 난간에 올라 강물로 뛰어들려 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진=조은솔 기자
세종 보람동 금강보행교 서쪽에 설치된 밸브함 등 구조물. 밟지말라는 경고문이 붙여있지만 이를 막을 장치는 없어 보인다. 사진=조은솔 기자

12일 오후 세종시 보람동 금강보행교는 닷새 전 투신 소동이 벌어진 곳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 상당히 한적했다. 보행전용도로 서쪽에 둘러진 안전띠만이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 여중생들을 난간으로 올라설 수 있게 한 망원경 시설은 치워졌지만, 3m도 채 되지 않아 상수 밸브함 등 발을 딛고 난간을 넘기에 충분한 구조물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신장 167cm 기준 가슴 팎까지 올라오는 안전 울타리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보니 아찔한 풍경이 펼쳐졌다. 구조물을 딛고 올라서면 당장 강물로 추락하기에 충분했다.

중앙공원 측 접속교 상부에 조성된 아치형 전망대. 사진=조은솔 기자
12일 오후 세종시 보람동 금강보행교 아치전망대에서 한 관광객이 금강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조은솔 기자

중앙공원 측 접속교 상부에 조성된 아치형 전망대에 올라가봤다. 전망대에는 안전 울타리가 높이 쳐져 있었던 반면, 계단은 높고 가파른 데다가 양 옆에 낮은 울타리 겸 손잡이만 설치돼 있었다. 관광 차 방문했다는 공주 시민 A모 씨는 "금강이 한눈에 들어와 멋지긴 하지만 관광 명소라기보다는 지역 간 연결 통로 느낌이 강하고, 여기저기 발을 딛고 올라설 수 있는 구조물이 있어 언제든지 안전 사고를 유발할 요소가 많아 보인다"고 걱정했다.
 

12일 오후 세종시 보람동 금강보행교에서 바라본 금강 모습. 안전 울타리는 신장 167cm 기준 어깨까지 올라왔다. 사진=조은솔 기자

또한, 보행교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을 제한하고 있지만, 출입을 전면 차단할 시설물을 설치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보행교 내 음주나 한밤중 고성방가 등 지역민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 중촌동에 거주하는 신모(28) 씨는 "우연히 새벽에 금강보행교를 지나간 적이 있는데, 최소한의 시설로만 출입을 막아놔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지역 내 모처럼 생긴 관광 시설인데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겨 안타깝다. 이미 개방한 만큼 하루빨리 안전이 강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강보행교에 설치된 비상벨. 사진=조은솔 기자

보행교를 한 바퀴를 돌다 보니 긴급상황 시 누를 수 있는 비상벨이 있었다. 작동 확인 차 직접 눌러보니 CCTV를 관제하는 도시통합정보센터에 연결됐다. 소동이 일어났던 당시의 상황을 묻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집중 관제를 하고 있었다는 답변이 돌아 왔다.

다만, 도시통합정보센터는 보행교 내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는 사실상 역부족인 실정이다. 적은 인력으로 세종 전역의 CCTV를 모니터링하고 있어서다. 센터 한 관계자는 "집중 관제 때 소방·경찰이 출동하는 모습이 포착돼 상황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며 "센터 신고 매뉴얼은 신고가 필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상황에 맞게 각각 112·119에 신고를 하게 돼 있지만, 현재 6명이서 2000여 개의 CCTV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까닭에 금강보행교를 전담으로 관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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