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 억제 위해 미국 공격적인 긴축 정책 지속… 한은 금리인상 불가피
한은 빅스텝(0.50%p↑) 단행해도 미 자이언트 스텝(0.75%p↑)시 금리 역전
자본유출 경계감에 원화가치 하락·물가 상승 우려… 경기침체 가능성도 가중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미간 금리역전 현상이 현실화되면 국내 자본유출과 물가상승 등이 따라오면서 금융시장을 비롯한 전반적인 국내 경기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대내외적 요인으로 물가와 금리가 널뛰는 만큼 저소득층, 다중 채무자 등 서민가계를 중심으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데다 이미 한은 기준금리(1.75%)와 미국 기준금리(1.50-1.75%) 상단이 같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서더라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경우 한미간 금리는 0.25%포인트 차로 역전된다.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202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국내 자본 유출부터 물가 상승 압력 가중 등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통상 자본은 높은 수익성을 따라가고자 금리가 더 높은 곳으로 흐르는 유동성을 보이는 만큼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을 시 외국인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고 이는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과 수입물가 인상, 물가 상승 유발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 같은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한은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더라도 경기 위축 우려는 피할 수 없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조복현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불균등 현상이 크게 심화될 수 있고, 나아가 회복세가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한 긴축정책을 펼치면 경제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코로나19 여파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장기화, 중국 경제 성장 둔화 등으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긴축정책이 맞물리면 국내 경제 회복세가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심할 경우 물가 상승 속 경기는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급격한 금리 인상은 소비 위축은 물론 취약차주 등 서민 대출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가중시킬 수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연간 가계의 이자 부담은 3조2000억 원씩 증가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차주 1인당 연간 이자 부담도 16만1000원 늘어난다.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이후 모두 1.25%포인트 오른 만큼 연간 가계의 이자부담은 16조원, 차주 1인당 이자는 연간 80만5000원씩 증가할 것으로 파악된다.

조 교수는 "소폭 오르든 대폭 오르든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짊어진 사람들 중에서도 취약차주 등 대출을 갚기 어려운 이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금리 상승 폭 조율뿐 아니라 취약차주 대상 채무 조정 또는 이자상환 유예 등 금융정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소비 역시 너무 위축되지 않도록 세액 공제나 저소득층 지원 등 재정정책도 동시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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