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현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조철현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6년 3월 전 세계의 이목이 약 일주일간 대한민국에 쏠렸다. 세계가 주목한 빅 이벤트는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바둑 대결이었다. 바둑계 최고 실력자가 인공지능과의 대결에 응한 것도 주목을 받을 만했지만 최종 결과, 4승 1패로 알파고가 승리한 것이 가히 충격적이라 할 만했다. 당시 구글 최고 경영자 에릭 슈밋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 했으나 인공지능(디지털 기술)의 위력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사건임은 분명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삶의 다양한 영역에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금융, 쇼핑, 사회관계망 등의 영역에서는 삶의 일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들의 상당수가 디지털 기술 기반 기업이다. 이와 함께 건강의 영역에도 디지털 기술의 적용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으며 건강증진을 중심으로 한 웰니스 영역과 질병을 중심으로 한 의료 영역을 포괄해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웰니스와 의료의 핵심 영역에서 혁신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여겨지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화두가 디지털 표현형과 디지털 치료기기(치료제)다.

디지털 표현형은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와 같은 개인의 디지털 기기를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함으로써 실시간으로 얻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정량적 데이터를 뜻한다. 핸드폰 사용 시간이나 패턴, 활동이나 수면과 관련된 로그, 맥박과 혈압 등의 생리신호 등을 이제는 손쉽고 꽤 정확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의료적 관점에서 개인의 일상 속 정신적, 신체적 건강 상태 및 관련 요인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의 보고가 되는 것이고 디지털 표현형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특히 일상 속 관리가 중요한 스트레스 관련 우울 및 불안 장애, 불면 장애, 당뇨, 고혈압 등은 디지털 표현형을 통한 개인의 의학적 진단과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 관리를 위해 개발되고 임상연구를 통해 효과에 대한 근거가 확보된 소프트웨어로서 치료를 위한 혁신적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료진의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운 일상 속에서 디지털 기술을 통한 소프트웨어 기반 치료적 개입을 해 치료를 꾀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평소 자기 관리가 중요한 질병들을 중심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심리적 훈련이나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한 관리가 치료에 있어서 핵심적인 질환들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개인의 일상 속에서 치료적 역할을 제대로 해 준다면 사회경제적 손실을 절감하고 새로운 산업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헬스 영역에 적용하는 디지털 기술은 복잡하고 정교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 센서의 고도화와 경량화, 디지털 기기 간 통신 기능, 복잡한 데이터의 분석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디지털 기술이 필요하다. 이미 디지털 헬스 기술과 관련된 유의미한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의료의 특수성 때문에 엄격한 근거 수준을 만족시켜야 하며 의료 제도 속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측면의 고려와 사회적 협의가 필요하다.

미래 의료는 흔히 '4P 의학(4P medicine)'으로 예측의료(Predictive Medicine),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 예방의료(Preventive Medicine), 참여의료(Participatory Medicine)를 의미한다. 미래 의료는 질병을 예측하고 예방하며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고 이 모든 과정에서 환자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다. 미래 의료의 구현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 디지털 헬스다. 기술 중심으로 진행하기보다는 미래 의료의 의료혁신 방향성과 철학을 고려하여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개발과 적용, 제도적 정착과 산업적 발전의 중심은 반드시 '사람 중심'이 돼야 하며 최첨단 기술과 강력한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인류의 건강에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만 미래 의료 구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철현 세종충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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