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점 건축허가 돌연 취소
토지리턴제 철수 빌미 제공
계룡시·LH 무한 책임 가져야

곽상훈 남부지역본부 부국장
곽상훈 남부지역본부 부국장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특히나 계룡시와 충남 지역민의 눈에는 싸늘하다 못해 분노와 배신으로 가득하다. 이케아 코리아가 계룡 대실지구 내 이케아 계룡점 착공을 앞두고 돌연 건축허가 취소 신청서를 냈기 때문이다.

건축허가 취소 신청은 계룡점 신축을 포기하고 철수하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개점을 학수고대하던 지역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잔뜩 부풀었던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세계적 가구 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철수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6년여 가까이 건축허가 절차를 밟고 소유권 이전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포기 의사를 밝힌 건 누가 보더라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 매장 환경이 변화돼 철수하기로 했다지만 궁색한 변명에 이를 데 없다. 계룡점 포기 결정을 하기 전까지 이케아의 수상쩍은 움직임은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성비 좋기로 소문난 이케아가 지난해 연말 전체 제품의 약 20%에 대한 소비자 가격을 평균 6%나 올리고 전체 판매 제품의 4분의 1 정도를 생산하는 중국에서 제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전 세계 매장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케아가 어려움에 봉착한 게 아니냐 하는 추측을 낳으면서 제품의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면 계룡점이 개점하더라고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케아가 발을 빼려 한 낌새는 현장에서도 조짐을 보였다. 작년 9월 계룡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6개월이 지나도록 착공을 미루자 이때 이미 이케아가 손을 뗄 것이란 소문이 나돌았다. 그럴 만도 한 게 토지리턴제 조건을 내세워 계약이 이뤄진 만큼 언제든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난무했다. 토지를 매입한 사람이 환급을 요청하면 토지를 회수하고 계약금과 원금을 돌려주게 돼 있는 토지리턴제 조건 계약 때문에 이케아가 발을 뺀 것이어서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를 매입한 사람이 이 권리를 행사하면 고스란히 원금은 물론이고 이자까지 돌려줘야 할 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건축 인허가가 취소되거나 변경된 지구단위계획의 원상복구가 모두 완료되어야만 토지리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이케아로서도 난감한 입장인 모양이다. 계룡시에서는 건축허가 취소 신청에 대해 보완을 요청해 논 상태다.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시행사 측에 불리한 구조의 계약조건을 내건 행위는 입점 포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LH를 향한 비난이 거세다. 그렇잖아도 계약 당시보다 땅값이 3배 정도 오른 땅을 다시 소유하게 되면서 LH가 결과적으로 땅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

혹시라도 사업은 좌초됐지만 땅값이라도 올려놨으니 면피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또다시 주민을 농락한 거나 다름없다. 땅값은 올랐을지언정 이케아 효과를 기대했던 인근 아파트 단지와 인근 상가 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계룡부동산시장이 99주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무엇보다 시 승격 후 20년간 따라다녔던 대전 위성도시란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마저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번 사태는 일찌감치 예견됐는데도 그 낌새를 눈치채지 못한 계룡시와 LH의 대응에 원망이 자자하다.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3년이 지나서야 동반사업자를 선정하는가 하면 투자 승인을 연기하는 등 이해 못 할 행동이 발견됐지만 누구 하나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세계적 기업의 무책임한 행동과 관계 당국의 안일한 대체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보여준다. 이케아는 2년 전 자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은 지속가능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나온 조사 결과를 상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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