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역 공약사항인 것 맞으나
인수위가 중심추 역할 집중해
거시적 안목서 적합지 도출을

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항공우주청(가칭) 신설을 포함한 기관 입지 문제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초미의 관심사다. 두 개의 선택지인 대전과 경남(사천)중에서 한 곳이 낙점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외관상으로는 무게중심이 경남 쪽으로 기울 듯한 기미가 없지 않다. 윤 당선인이 자신의 대선 지역공약에 대해 번의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면 대전이 유리하지 않은 형국임을 뜻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아직 무엇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대통령직 인수위를 통해 감지되는 관련 정보가 이를 유추케 한다. 경남 쪽에 다소 우호적인 기류가 없지 않지만 반면에 다른 채널 인사의 말을 빌리면 "당선인이 최적지로 경남을 꼽기는 했어도 여러 가지 대안이 있어 검토 중이다"이라는 말도 들린다. 특정 입지를 언급할 정도로 논의가 숙성되지는 않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이에 더해 "다양한 방식의 고민 차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단계일 뿐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고도 했다.

이러한 워딩이 사실이라면 해석하기 나름일 듯하다. 대전 입장에서 가장 안 좋은 것은 인수위 차원의 전략적 모호성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사안 자체가 까다롭기도 하며 특히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표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게 되면 대답을 오픈 하기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전 입지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대전이 입지 옵션 경쟁력 면에서 뒤지고 있다면 경합 여지를 두는 반응을 보였을까 싶다. 지역간 기관 유치 프레임을 뛰어넘는 유의미한 고려사항이 있지 않고서는 잘 설명이 안 된다고 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유치 경쟁중인 두 지역이 쥐고 있는 패의 성상은 다 드러난 상태다. 경남은 KAI 등을 비롯한 국내 우주기업과 우주산업 분야 생산액 점유율 등을 앞세워 우주청 적지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면 대전은 대덕특구 소재 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원 등 우주분야 출연연 자산과 카이스트 등을 통한 인재 육성 및 공급의 수월성에 강조점을 찍으며 최적지론을 설파하고 있다. 자기 지역 강점과 비교우위 인자들을 발굴해 경쟁을 펼치는 구도 자체는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을 훼손하지 않는 이상 별 문제가 될 게 없다. 어느 쪽이든 제대로 붙어보고 난 다음에 상대에 미치지 못함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승복하면 그만이다.

그런 만큼 신설 조직으로 태어날 우주청 입지 결정 문제는 더욱 절차적 정의에 충실해야 한다고 본다. 대선 지역공약 사항에 대해 해당 지역이 일단 고려되는 것은 시비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역간 이해상충 차원을 넘어 국가우주개발 거버넌스 구축과 직결된 우주청 입지의 경우 거시적 안목에서 중지를 모아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게 내로라하는 과학기술계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쉽게 말해 방역에 정치적 이해 요소가 개입되면 낭패를 보게 되듯 우주청 입지 문제 또한 과학적 사고와 집단지성을 외면하면 나중에 어떤 형태로든 행정 비효율이라는 후과를 낳을 지도 모르는 노릇이다.

아울러 우주청이 청 단위 조직으로 탄생한다고 전제할 때 정부 기관 청사 배치 체계상 정합성에 가장 부합하는 지역으로 대전을 꼽힌다. 이 원칙이 깨지면 대전 소재 정부부처 외청들이 한 지붕 살림을 접고 이곳 저 곳으로 소개돼 나가도 할말 없게 된다. 세종에 장관급 부처들이 이전해와 행정수도급 중심도시로 거듭났다면 대전은 독립 외청들을 모은 제2 행정도시라 할 수 있다. 우주청 입지도 이렇게 정립된 청부 청사 배치 룰을 적용하는 데 있어 예외적 사례로 기록된다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정과제를 짜는 인수위의 중심추 역할이 긴요하다. 우주청이 무슨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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