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박영철 대전예고 이사장

`숫자 0`은 인도인들에 의해 그 개념이 정립됐다.

인도인들에 의해 발명된 아라비아 수는 인도가 아닌 아랍인들에 의해 서구에 전해졌고 그것이 오늘날 아라비아 숫자란 이름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전파된 것이다.

13세기 징기스칸의 몽고 제국은 가까이는 중국과 한반도, 멀리는 유럽의 심장부까지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그야말로 피침인들의 입장에선 악마의 도래였다. 몽고인들은 침략의 과정에서 순순히 굴복하거나 협조하는 왕조와 민족에겐 자비를 베풀어 몽고의 지배 하에 명맥을 유지하게 만들었지만 저항하는 자들에겐 가차 없는 인종청소를 행했다.

그러나 몽골의 침략이 서구 사회에 재앙만을 준 것은 아니다. 전쟁을 통해 전해진 중국의 `4대 발명품`(종이·나침판·화약·인쇄술)이 자연스럽게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지게 된 것이다. 침략전쟁의 피의 대가로 얻은 이러한 지식과 문물은, 서구인들에게 200여 년 뒤 `대항해시대`라는 또 다른 선물을 안기게 됐다. 나침판, 화약이 없는 `대항해시대`는 존재할 수 없었다.

`대항해시대`를 통한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은 구 대륙, 특히 유럽인들에게는 신이 주신 축복이었으나, 현지인들 특히 중남미 아메리카인들에게는 외계인 침략에 의한 지구 종말의 날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직도 그 찬란했다던 잉카, 마야, 아즈텍 문명이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인류사에서 사라졌는지 뚜렷이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유럽인을 통해 전파된 그 이전엔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던 각종 바이러스와 질병에 의하여 항체가 없었던 현지인들이 몰살 당했다는 설이다.

인류는 이렇듯 서로에게 교류를 통해 영향을 미쳤다. 교류와 소통은 진화였고 고립은 멸종이었다.

2022년 3월 대선으로 대한민국의 정권이 바뀌었다.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실패의 원인에 대한 여러 해석들이 있겠지만, 필자는 민주당의 핵심 세력인 586 세대의 세대교체 실패를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생각한다.

1980년대 민주화 투쟁 당시 자리잡은 운동권의 `이분적 사고방식`에서 진화 하지 못했고, 새로운 가치의 제시에 실패했다. 그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주제들을 수십 년도 지난, 이제는 이념이라 이야기하기도 힘든 정치 논리에 빠져 그들 만의 정치세계를 형성해 왔다.

이는 기존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결속시키는 동력은 될지언정 새로운 사회 주축으로 등장하는 세대의 민주당으로의 진입을 막았다.

대선의 승자인 `국민의힘` 역시 선거의 승자일지는 몰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는 부족했다. 국민의 힘이 제시한 비전이라는 것 역시 반 민주당, 반 문재인 감성에는 호소하였을 지 몰라도 새로운 국가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현 국민의힘의 핵심적 인적구성과 추구하는 가치는 적어도 5년전 자당 소속의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때와는 확연히 달라 보인다. 좀더 젊어 지고 세련돼 보임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는 국민의힘 스스로가 혁신을 통해 얻은 결과 라기보단 탄핵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로 인해 `친박`으로 표현되는 구 정치세력이 강제 퇴출당한 결과에 의한 반사효과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국민의힘의 주축도 어쩌면 20여 년전의 패러다임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여야 할 것 없이 30년 뒤까지 이어질 후대 세대들에게 줄 국가적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국정을 담당할 세력들이 실패한 민주당의 정체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이들의 참여를 적극 국정에 반영해야 한다.

차 세대의 참여가 없는 역사의 전진은 없다. 참여의 핵심은 `공감`이다. 미래 세대의 현실과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는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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