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회 호서100년경영연구소 원장
김동회 호서100년경영연구소 원장
"땅이 더러우면 초목이 무성하지만,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 평범하지만 늘 인용되는 삶의 지혜가 함축된 말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때론 때 묻고 더러워짐도 수용하여야 하며 지나치게 깨끗함만 추구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처한 환경이나 입장, 조건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훈련이나 습성은 늘 필요하다.

그런데 하루의 평안한 일상이나 아이티가 아닌 이 땅에서 숨 쉬고 살아갈 수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있다. 아이티 공화국은 서인도 제도에 있는 국가이다. 이 나라는 21세기 첨단의 세상인데도 조폭이 국가를 쥐고 흔들고 있다. 쉽게 말해서 조직 깡패인 조폭이 나라를 통치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코앞인 서인도 제도에 위치한 인구 1140만 명의 국가로 프랑스에서 1804 년 독립하였다. 이후 경제성장하며 1949년 개발도상국가 최초로 엑스포도 개최하고 1인당 국민소득은 200 달러에 달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50달러 수준이었으니 4배의 격차였다. 이런 나라가 1957년부터 뒤발리에 부자 30년 세습집권을 거치며 거덜난 것이다. 현재 국민의 50% 이상이 빈곤에 빠져있고 상당수가 기아로 고통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연명하고 있다. 일부는 생존을 위하여 목숨을 걸고 미국 밀입국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국경수비대에 막혀 채찍질 당하며 쫓겨난다. 불과 60여 년 만에 최악의 나라로 추락한 것이다. 정치체제나 경제의 틀 이전에 필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은 보장되어야 한다. 허나 깡패가 들끓고 치안과 질서가 붕괴된 사회에서 주민의 삶은 하루살이 목숨에 불과 할 뿐이다. 정치지도자의 무능과 권력 다툼에 의한 부정부패가 빚어낸 참극이다. 외형적 객관적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아이티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음은 축복이다.

한편 2020년 2월 코로나 19가 창궐 한 이래 우리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모두가 하나 같이 각양각색의 마스크로 무장하고 있어 초면의 사람은 얼굴을 기억 할 수 없게 되었다. 만나면 그저 반가워 손을 맞잡고 흔드는 것은 결례가 되고 폐가 되어버렸다. 싸움하자는 것도 아닌데 주먹을 치고 받는 인사를 하노라면 `이게 뭣 하는 짓이야`!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어딜 가든 통과 의례가 된 QR체크나 방문록 작성에 온도 측정을 할 때 마다 귀찮고 짜증이 앞선다.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것도 주변의 눈초리를 의식하여 매우 조심스럽기만 하다. 도대체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 여행이나 행사의 참여는 이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언제나 여건만 되면 선택적으로 갈 수 있었던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다. 철 따라 전국 곳곳에서 열려 많은 시민이 참여 즐기던 각종 축제나 대회도 자취를 감추었다. 한창 배우고 어울려야 할 학생들이 학교 가는 것보다 가지 않는 것에 더 익숙한 지경이다.

얼마 전만 해도 재택근무는 특별한 경우나 유별난 회사의 근무형태였는데 어느 순간 너 나 없이 툭하면 집에서 자판 치며 모니터 옆을 떠나질 않고 있다. 각종 회의나 세미나와 모임도 원격 화상 시스템에 의한 참여나 진행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마음 놓고 대중목욕탕이나 영화관에 가본지도 오래다. 이처럼 코로나 19는 우리가 당연하고 편안하게 접근하든 장소와 시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또한 만남이나 행동이 위축되고 단절되는 환경을 만들었다. 학습이나 회의도 얼굴을 맞대고 분위기를 공유하며 감정을 교류하기 보다는 의무 이행과 실적 챙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물론 수고를 덜고 간편 신속하기는 하나 사람과 사람이 섞이며 통하는 인정은 잃어버렸다. 덕분에 그 동안 우리가 말하고 웃고 떠들고 즐기고 보고 참여하였던 아주 평범한 일상적인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있다.

또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나 흑백논리를 떠나 욕심을 억제하고 상대를 수용하고 배려하는 마음수련에 더 충실해져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이 땅에서 살아가며 겪는 평범한 일상들에 감사하게 된다. 더하여 가족과 이웃, 형제, 지인, 동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눈길과 인사 한마디가 모두를 즐겁게 할 것이다. 김동회 호서100년경영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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