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성 통하지 않는 어지러운 세상 어르신 무료급식 시설 이전 반대 심해 경제적 궁핍함에 존경받지 못해 슬퍼

세상이 참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보통 사람의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는 원래 예의도 상식도 없는 것인가`, `단순히 힘의 흐름으로만 옳고 그름이 결정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한다. 진심으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고 국민을 위한, 특별히 가난한 국민을 위한 정치였으면 좋겠다.

구약성경에는 다윗왕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날 다윗왕이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보고 한눈에 반해서 밧세바를 취한다. 밧세바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다윗왕은 우리야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보내어 전사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윗왕은 밧세바를 아내로 맞이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나탄이라는 예언자는 다윗왕을 찾아가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 성읍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부자이고 다른 사람은 가난했습니다. 부자에게는 양과 소가 매우 많았으나, 가난한 이에게는 자기가 산 작은 암양 한 마리밖에는 없었습니다. 가난한 이는 이 암양을 길렀는데, 암양은 그의 집에서 자식들과 함께 자라면서, 그의 음식을 나누어 먹고 그의 잔을 나누어 마시며 그의 품 안에서 자곤 했습니다. 그에게는 이 암양이 딸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부자에게 길손이 찾아왔습니다. 부자는 자기를 찾아온 나그네를 대접하려고 자기 양과 소 가운데에서 하나를 잡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의 암양을 잡아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대접했습니다."

다윗은 나탄의 이야기를 듣고 몹시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주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그런 짓을 한 그자는 죽어 마땅하다. 그는 그런 짓을 하고 동정심도 없었으니, 그 암양을 네 곱절로 갚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탄은 이렇게 말한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사무엘하 12장).

다른 사람들의 일에는 정의로운 잣대를 들이대지만, 자신의 일에는 관대한 사람들이 있다. 다윗왕은 나탄 예언자의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발끈하지만, 정작 자신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을 못했다. 물론 다윗왕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죄를 뉘우치며, 하느님께 죄를 고백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타인을 존중하고, 어려운 이웃을 잘 돌봐야 한다고 배웠다. 그리고 오늘날의 학생들도 그렇게 배우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무한경쟁에 노출되어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인간성을 잃어갈까봐 오늘날의 학생들을 걱정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른들을 공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잘 돌봐야 한다는 가르침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 학교가 있다. 그 학교는 아마도 그게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일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천주교 대전교구 사회복지회에서는 어르신들의 무료급식 시설인 `성모의 집`을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인근 학교의 반대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통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학교에서 왜?", "학교에서 어려운 이웃을 잘 돌보라고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야?"라는 반응이 나온다. 아마도 반대하는 그분들도 다른 사람의 일이라면 그렇게 반응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모의 집`에 대해서 만큼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님비현상`(사회적으로 필요한 혐오시설이 자기 집 주변에 설치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 지으려는 주민들의 이기심이 반영된 현상 `Not In My Back Yard`의 약어로, 직역하면 `우리 뒷마당에는 안된다`는 뜻이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님비는 혐오시설 혹은 위험한 시설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모의 집`은 혐오시설이거나 위험하지 않다. 그럼에도 주변에 두기 싫어한다는 사실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다.

사람은 모두다 늙는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노인이 될 수 도 있고, 경제적으로 궁핍한 노인이 될 수도 있다. 경제적인 궁핍함 때문에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는 정말 슬프다. 어른들에게 한끼 식사를 제공하는 일, 그리고 한끼 식사를 통해서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드리는 일, 학생들도 함께 배워가고 이루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누구나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말이다.

박제준 천주교 대전교구 한끼 100원 나눔운동본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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