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생활을 바꾼 합성화학 환경오염·자원고갈 부작용 일반인도 지구미래 공감을

유비쿼터스(Ubiquitous)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즉 도처에 편재한다는 뜻이다. 이제는 물이나 공기뿐만이 아니라 화학물질 또한 우리 주변에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 일상생활에서도 하루에 수십 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취침할 때 까지 말 그대로 먹고, 입고, 바르고, 흡입한다. 치약, 화장품, 합성섬유, 스프레이, 감기약, 조미료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러다 보니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도 종종 일어난다. 예로 가습기 세제가 폐질환을 유발(2011년)해 현재까지 소송 중에 있다. 화학물질이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아진 것은 언제부터일까? 길게 보아도 반세기 이내이며, 그 원인은 유기합성화학의 발전에 있다.

20세기 초반 현대물리학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화학에 양자역학이 적용됐다. 화학 결합을 전자의 이동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자, 화학자들은 화학반응을 조절 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원하는 성질을 가진 물질을 디자인해 합성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의 학술정보단체인 케미컬 앱스트랙 서비스(CAS)에 지금까지 등록된 합성화학 물질의 총수는 대략 190만 종이고, 일상생활에 유통되고 있는 것만 하더라도 10만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이 많은 새로운 물질이 가능한 것일까? 좀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합성물질의 대부분은 유기화합물로 분류되는 탄소화합물이다. 탄소는 다른 원자와 결합할 수 있는 손이 4개가 있다. 이 부분에서 수없이 많은 종류의 새로운 화학결합이 생겨나고, 이때마다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이 된다. 머릿속으로 아이들이 갖고 노는 블록 장난감을 상상하면 된다. 사방으로 또 입체적으로 블록을 한없이 쌓아 올려 새로운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우드워드(R. Woodward, 1917-1979)는 1971년 복잡한 천연물인 비타민 B12를 100여 단계의 과정을 거쳐 합성해냈다. 천연에 존재하는 복잡한 분자의 합성에 성공한 것이다. 우드워드는 이를 두고 `시간과 경제력만 충분하다면 합성하지 못할 물질이 없다`고 호언했다

합성화학 물질은 의식주 전 분야에 사용됨으로써 인류의 생활모습을 획기적으로 바꿨다.

예로써 최초의 합성섬유 나일론이 발명되고,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 국내공장을 가동했다. 겨우 반세기전의 일이다. 그 이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을 입고 살았을까? 겨울에는 동사자가 속출하고, 해어져서 기운 옷을 일상으로 입었다. 신약인 항생제와 항 바이러스제가 발명되기 전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20세기 초의 스페인 독감은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것은 우리가 비웃는 중세기 때, 페스트의 경우를 웃도는 인류 대재앙이다. 신약의 개발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1940년대 광복 이전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합성화학의 성과로 인간 행복의 척도인 수명이 대폭 늘어났지만, 이제는 합성화학의 도움 없이는 증가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는 딜레마가 있다. 기존의 화학기술은 대량생산위주의 합성기술로 분자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이라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이것이 합성화학의 문제점이며, 많은 환경론자들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런 양면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학자들은 미래 화학의 방향을 미세화학공정을 이용한 저 에너지소모, 환경친화성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수혜자이며 피해자인 일반인으로서는 우리 주변의 화학물질에 관심을 갖고, 공과를 판별할 수 있는 안목을 갖춰야 할 것이다 .

조정미 대전대 H-LAC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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