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선선하니 가을이 완연하다. 도로를 달리면 코스모스가 한껏 흔들리고 논밭은 황금 들판을 이루어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그러나 불과 한 달 전 대한민국의 여름은 잔인했다. 온 나라가 찜통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전국 폭염일수는 16.7일이었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도가 넘을 때를 가리킨다. 서울 열대야 일수는 22일로 열대야란 밤의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이다. 전국 강수량은 76.2㎜로 평년 274.9㎜m의 27.7%에 불과했다.

연일 수은주가 35도를 우습게 넘는 것을 보면서 두려웠다. 앞으로 해마다 여름이면 이렇게 더울 것인가? 한두 해 덜할 수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승곡선을 그리며 더 더워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잔디와 가로수가 누렇게 타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이러다가 한반도가 점점 사막화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그렇다면 우리 세대는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나 그 다음 세대는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실내나 자동차 안은 에어컨으로 냉각시켜 놓고, 유리창 너머 한 치 밖은 실외기와 차량 배기가스가 뿜어대는 고온이 더하여 가열될 대로 가열되었다. 지난 여름 우리는 모두 시원한 유리창 안으로 숨었다. 우리의 문명이란 것에 대한 회의도 들었다.

문명이란 대부분 편리함으로 설명될 수 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며 온갖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 쓰면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컨베이어 시스템에 얹혀서 우리는 흘러가고 있다. 그 끝에 천길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누구도 그 흐름을 막거나 되돌릴 수 없는 듯하다. 이러한 우리의 삶의 양태는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적이지 못하다.

전 세계인이 한국인처럼 생태자원을 소비하면서 살려면 지구가 3.3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국제환경단체인 지구생태발자국네트워크(GFN)는 올해 8월 8일을 `지구용량 초과의 날(Earth Overshoot Day)로 선포했다. `지구용량 초과의 날`이란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준 한해치 분량의 자원을 써버린 날을 말한다. 따라서 올해 8월 8일 이후부터 쓰는 자원은 미래의 것을 미리 당겨쓰는 셈이다. 결국 우리 후손들이 써야 할 자원을 써버리는 것인데, 1970년대 초반 12월 하순이던 지구용량초과의 날은 1990년대에 10월, 2000년대에 9월, 2010년대에 8월로 앞당겨진 것이다. 이 소중한 지구별은 우리만 살다가는 곳이 아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보다 더 잘 살아야 하는데 지금 같아서는 완전히 비관적이다. 개인들, 단체들은 선하지만 그 단위가 나라가 되고 국제관계까지 나아가면 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은 하나하나 `가장 소중한 생명이고 인격`이다. 가장 소중한 생명이기에 모든 종류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야 하고, 가장 소중한 인격이기에 참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참성장은 가정과 사회와 학교가 같이 짊어지어야 할 가장 중요한 미래지향(Future Oriented)의 과제이다.

충남 교육청의 참학력은 미래사회를 살아가는 핵심역량 교육을 지향한다. 우리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서는 눈앞의 경쟁이나 당장의 점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20-30년 뒤까지 내다보는 미래핵심역량을 지금 길러야 하는 것이다. 충남교육청이 제시하는 핵심역량은 자기관리 능력, 다중문해력, 문제해결 능력, 대인관계능력, 민주시민의식, 문화적 소양, 생태적 감수성의 일곱 가지이다.

또한 서천교육지원청은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및 문헌서원 등의 지역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연생태, 해양생태와 인문생태를 체험함으로써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친환경적 감성을 길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뭣이 중(重)헌디? 뭣이 중허냐고?`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미래를 살아갈 `가장 소중한 생명이고 인격`인 학생들에게 무엇을 강조하여 가르쳐야 할 것인지, 지속가능한 발전이 아니면 진정한 발전이 아니고 퇴보일진대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어떠한 자산을 남겨주어야 할 것인지, 지난 여름의 폭염을 회상하며 간단치 않은 상념에 잠겨 본다.

김성련

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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