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살이 중에는 `All or Nothing`, `1아니면 0`인 경우가 몇 가지 있다. 재난이 대표적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만나는 재난은 비록 무섭긴 해도 흥미진진하고 그 마지막도 무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 속 재난은 다르다. 일단 발생하면 우리 삶에 심각하고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생명이나 안전과 관련해 어떠한 방법으로도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최근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재난을 경험하고 있다. 유례없는 오랜 폭염에서부터 집중호우, 경주 지진, 태풍 `차바` 등에 이르기까지 실제적이고 치명적인 다양한 형태의 재난을 계속해서 겪다 보니, 이제는 재난이 일상으로 굳어진 느낌마저 든다. 관측사상 초유의 진도 5.8 경주지진을 비롯해 재난의 규모나 양태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재난에 따른 피해도 엄청나다. 수십에 이르는 귀중한 생명과 막대한 규모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러한 자연재난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허리케인, 지진 등의 자연재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허리케인 매튜로 인해 미국은 최소 16명이 사망하고 수십억 달러의 재산피해를 입었다. 6년 전의 대지진 피해조차 아직 복구치 못하고 있는 아이티의 피해는 더욱 크다. 천명이 넘는 목숨을 잃었고 이재민도 6만이 넘는다. 5월부터 10월에 이르는 동안 예닐곱 개의 태풍이 연달아 상륙한 일본의 피해 또한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급증하는 자연재난, 이야기나 영화가 아닌 현실 속 실제적 위협으로 다가온 자연재난 앞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무엇일까. 필자는 그 답을 원칙과 초심, 즉 미리 주의를 기울이고 가능한 모든 예방책을 마련하며 사후조치를 철저히 취하는 데서부터 찾고자 한다. 원래 재해나 변고에 대처하는 기본은 예측, 대비, 철저한 사후조치 셋을 벗어날 수 없는 법이다. 만병통치약이나 어느 날 단숨에 완성되는 대책 또한 존재치 않는다.

이와 더불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는 분야가 어디인지를 찾아서 이에 집중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필자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재난 대비 체계 구축` 이다. 국가기반시설은 국민의 생명, 재산,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시설로, 전국의 댐, 정수장, 철도, 도로, 발전소 등이 대표적인 예다.

K-water는 국내 274개 국가기반시설의 약 20%에 이르는 50개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각종 재난상황에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시설점검과 가상훈련을 시행 중이다. 철저한 예측과 대비를 통해서 재난발생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미 상황이 벌어진 뒤에는 재난의 원인과 현황을 빨리 파악해 수습할 수 있어야 한다. K-water는 평상시에는 예방과 대비에 집중, 취약요인을 제거하고 사고를 막는다. 사고가 발생하면 집중적인 대응과 복구, 신속한 상황전파와 복구활동으로 피해를 최소화 한다. 지난 경주 지진 때도 매뉴얼에 따라 전 직원을 비상소집해 지진발생 3시간 내 시설물 긴급점검, 6시간 내 추가적 확인점검을 마쳐 국민 불안감 해소에 앞장선 바 있다.

재난예방을 위한 준비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다. 때로 불필요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준비만이 갑작스런 재난에의 대처를 가능하게 한다. K-water는 안전이 곧 복지라는 믿음 속에, 기왕의 여러 자연재난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편안할 때에도 위태로움을 잊지 않는다`라는 안불망위(安不忘危)의 자세로 재해 및 재난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 정교한 예경보체계 마련에 힘쓰면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점검, 정비, 교육, 훈련 등을 통해서 어떠한 상황에도 철저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난을 재난으로 인식하는 한 어떠한 재난도 극복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함께 노력하면 `더욱 행복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은 더욱 빨리 실현될 것이다. 재난에 대처하고 또 이겨내기 위한 시민 여러분의 조언과 질책, 관심과 응원을 부탁 드린다.

이한구 K-water 재난안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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