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기문란" 공세 - 野 "색깔론" 국면전환 나서 일각 송민순 前 장관 대선 염두 출간 의혹 제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 대학교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1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 대학교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확산되면서 안보를 고리로 한 대선정국이 조기 점화된 모습이다.

야당에선 '색깔론'으로 규정하며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권은 물론 이슈 선점을 노린 여야 대선주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특히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에게 집중포화가 쏟아짐에 따라 대선구도의 유불리를 둘러싼 억측도 난무하다.

새누리당은 회고록 내용이 처음 알려진 뒤 곧바로 구성했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대북결재 요청사건 태스크포스(TF)'를 위원회로 격상시켰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내년 12월 대선까지 외교·안보관과 대북정책 검증의 주 재료로 활용하려는 장기 포석이라는 평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고록이 사실이라면 대한민국의 주권 포기이자 심대한 국기문란 행위"라며 "국정조사, 국회 청문회, 특검, 검찰수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으로서는 이번 파문이 정치적으로는 분명히 이득이 된다고 볼 수 있다. '회고록' 국면이 계속될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대규모 정권 차원의 모금 의혹 등 야당의 공세도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보수가 상대적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북한의 핵실험, 사드 배치 논란 등의 현안과 관련해서도 결코 유리하다 장담할 수 없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임기 중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의 연이은 악재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자칫 젊은 유권자들에게 '종북몰이'로 비쳐지면 부동층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색깔론'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서는 극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반대로 더민주는 '색깔론'으로 이번 사태를 규정하면서 국면을 서둘러 미르·K스포츠재단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의 의혹 규명 쪽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과 집권당, 검찰권력은 한참 낡은 환멸스러운 종북몰이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있다"며 "측근 실세의 비리를 덮으려 종북의 종자라도 붙일 여지가 생기면 앞뒤 안가리고 마녀사냥 하는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아무리 미르·K스포츠재단 비리, 최순실 관련 의혹을 덮고 싶겠지만 그럴 수 없다"며 "국감을 파행시켜도 막을 수 없고 색깔론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게 비리의혹"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도 외형상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여당과 청와대가 시도 때도 없이 색깔론으로 계속 매도하려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문 전 대표의 정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도 언급해, 미묘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송 전 장관이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목적으로 회고록을 출간했다는 시각도 흘러나온다.

4년 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여권에서 흘러나왔을 때에는 '정치 공작'이라는 반발이 가능했지만 송 전 장관은 참여정부 외교·안보라인의 키 플레이어였고, 더민주의 전신인 통합민주당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까지 지냈다는 점에서 야권의 당혹감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와함께 송 전 장관이 여권의 유력 잠룡으로 회자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외교관 선후배 관계이고, 또 다른 야권 잠룡인 더민주 손학규 전 상임고문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억측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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