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는 억울하다. 감자가 뭐 어떻게 했다고. 첨예한 갈등이나 대립하는 쟁점 마다 `뜨거운 감자`라고 부른다. 최근에도 국회의원 면책특권, 신공항 입지, 조선업계 구조조정 등이 뜨거운 감자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이랑에서 감자를 캘 때면 줄줄이 감자가 엮어 나오듯 우리 사회 곳곳은 해결법을 찾지 못한 뜨거운 감자 천지이다. 감자는 억울하다. 감자가 뭐 어떻게 했다고. 사람들은 주먹감자를 날린 사람들에게 성을 낸다. 감자를 던진 것도 아닌데.

위키백과에 따르면 주먹감자는 자신의 한 쪽 팔을 L자형으로 구부린 뒤, 손은 주먹을 쥔 팔과 일자가 되게 하고 반대편 손으로 구부린 팔의 이두박근을 움켜쥐면 된다. 이 정도 설명에도 주먹감자의 형태가 연상되지 않는다면, 당신은 진정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맞다. 주먹감자 또는 감자주먹이 우리나라에만 통용되는 표현은 아니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및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도 자주 사용되는 제스처로 알려졌다. 음란하고 강렬한 모욕적 표현으로는 주먹감자와 사촌지간으로 가운뎃손가락이 있다.

감자를 빗댄 표현이 여러 문화권에 존재하는 것은 감자의 보편성과 무관하지 않다. 감자의 원산지는 칠레나 페루 등 남아메리카이다. 안데스 산맥의 고원지대에 자리했지만 잉카제국은 감자 재배에 성공해 번성했다. 감자는 남미를 정복한 스페인 사람들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갔다.

감자는 유럽의 굶주림을 해결한 일등공신이다. 반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을 보면 다섯 명의 농부 가족이 찐 감자를 권하며 어두운 등불 아래 하루의 허기와 수고를 달랜다.

감자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얼마나 생명력이 탁월하면 약간의 상상력이 더해져 화성의 인류 생존기를 다룬 영화 `마션`에서도 감자 재배 성공 장면이 등장한다. 감자는 조선시대 우리나라에 전파됐다. 백성들은 감자로 굶주림을 견뎠다. 감자는 영양덩어리이기도 하다. `땅 속에서 나는 사과`로 불리며 비타민이 풍부하다.

올해 충남 아산은 노지 감자가 풍작이지만 경기침체로 소비가 줄고 가격은 하락해 농민들이 울상이다. 말로만 뜨거운 감자를 되뇔 것이 아니라 직접 구입해 입에 넣어 보는 것은 어떨까. 말 못했던 감자의 사정도 조금 헤아리며.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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