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변화·발전 제자리 생각에 머문 대책 한계 노출 현실 반영 창의적 개선 필요

지난 해 1월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대박론`을 말했다. 그 후 세월호 사건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금년도엔 4월 총선을 거치면서 이제 얼마나 기억하는 국민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솔직히 처음 듣는 순간부터 뜬금없이 들렸고,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통일에 대해 어떤 노력과 어떤 정책들을 얼마나 추진하였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가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의 남북관계만큼은 전혀 진전된 바 없이 꽁꽁 얼어붙은 지 8년을 넘어서고 있기에 말이다.

주지하다시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46년 전인 1970년대부터 죽음의 위협과 탄압, 온갖 비방과 모함 속에서도 독자적인 한반도 통일론을 연구하고 정책구상을 가다듬어 결국 집권 후 `햇볕정책`을 실현하는데 온 정성과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세계적 빅뉴스를 만들었고, 남북 평화공존과 화해협력, 민간교류 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개성공단의 조성, 금강산·백두산 관광, 남북 철도의 연결, 이산가족의 상봉 등 이전 정권에선 상상도 못하던 일들을 현실화시켰다. 당시 우리가 직접 감동적으로 목도하고 경험한 사실(史實) 아닌가. 그런데 지금 이러한 역사적 성과물들을 계승·발전시키기는커녕 어떤 상태에 있는가. 핵전쟁에 대한 상시적인 공포와 위협, 불안까지 떠안고 살아가야 한다니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물론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는 북에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대화하기가 무척 어려운 상대이고 예측불가의 비정상적 집단이다. 이런 북을 상대로 대화하고 협상한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과 운명을 외면할 수도 없고, 대북압박과 제재일변도의 강성 정책만을 긴 세월 고수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만이 정답이고, 유일한 대안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다고 해서 저들이 즉각 붕괴되거나 한반도에 통일 대박이 터질 것 같지는 않다.

남북관계의 개선에 아무런 노력도 성과도 없이 끝나버린 이명박 정권 5년에 이어 같은 당, 같은 노선으로 이어진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표방하였다. 이는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나아가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자는 취지였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상호신뢰의 구축. 타당성이 엿보였기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말은 한때 신선함과 기대감을 일게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실천이다. 실천없는 정책은 대박도 아니고, 그저 한낱 허상일 뿐이다.

정말이지 지금의 남북관계는 아무 것도 변화·발전된 게 없다. 이는 역사의 후퇴다. 신뢰의 진전은커녕 상황은 더 험악해지고 불투명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네 탓하기 전에 내가 먼저 창의적으로 역사를 주도하고 발전시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다. 좋은 정치가는 해결을 위한 진정성있는 노력가여야 한다. 새로운 접근방식의 모색이나 상황개선을 위한 창의적이고도 치열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말로만 통일대박 운운은 참으로 어불성설이요, 딱한 허상일 뿐이다. 예를 들어 정경분리의 원칙을 표방하여 남북관계를 투 트랙으로 진행시킨다든지, 채찍과 당근의 양면정책을 제대로 쓰든지, 핵에는 미군 전술핵 등의 재배치로 대응하여 핵 위협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든지, 남북 간 비선접촉일지라도 유지하여 향후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대비한다든지, 선제적·인도적 차원의 물적교류를 확대하여 개혁·개방체제로 적극 유도한다든지 무언가 현실적인 노력들을 해야 할 것 아닌가?

16년 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설처럼 떠올리면서 진정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고, 통일의 대박을 원한다면 `오늘`우리는 씨 뿌리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선업(善業)에 선보(善報), 악업(惡業)에 악보(惡報)라고 한다. 인과응보로도 생각하면서 남북관계의 창의적 개선을 위한 실천적 노력들을 적극 기대해 본다.

송용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대전시민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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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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