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鄕校)는 시골 학교라는 뜻으로 관에서 설립한 중등교육기관이다. 고려시대(1127년, 인종 5년)부터 있었는데, 조선시대에는 각 지역에 향교를 적극적으로 설치하여 성종 연간에는 전국의 모든 군현에 있게 된다. 대개 고즈넉한 풍모를 지닌 채 야트막한 언덕이나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향교는 조선 중기 사림 세력이 득세하게 되면서 서원에게 점차 그 영향력을 내주고 만다. 서원은 중등 사립 교육기관으로, 중종 때 풍기군수 주세붕이 안향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백운동서원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조선 중기 이후 향교의 교육적 기능이 쇠퇴하면서 서원이 이를 대신해서 지방의 문화와 교육은 진흥시키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의 변천과 함께 향교도, 서원도 다 역사의 유물이 되어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채 세월의 풍상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유명 서원들은 산수가 빼어난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주요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향교는 나이가 많으신 몇 몇 유림들에 의해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최근, 이렇게 다 죽어가던 향교와 서원 살리기 운동이 문화재청을 비롯한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운동가들에 의해 펼쳐지고 있고, 그 성과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손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충남 홍성에 있는 `결성 향교`다.

홍성의 문화운동가인 이현조·김현자 시인 부부의 끊임없는 노력의 대가로, 마을 뒷산자락에 따로 떨어져 있던 결성 향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문화의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살아 숨 쉬는 향교·서원` 활용사업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러 가지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펼쳐내고 있지만, 특히 `결성 인문학 스콜레`는 1박 2일 인문학 향연으로서 전국적인 인문학 명사들을 모시고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새 시대에 걸맞은 새 향교의 모습을 창출해내는 것을 넘어, 신 문예 부흥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 있는 모습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류지남 시인·한국작가회의 충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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