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내 정치행보 직간접 제한 측근 중요도 부상 출향단체·與 의원·전현직 외교관 등 역할 막중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면서 그를 지원할 물밑 세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 총장은 6일간의 방한일정을 통해 평소와 다른 적극적인 발언과 행보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는 연말까지는 직간접적인 대권행보가 어려운 만큼 측근 그룹의 구성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어떻게 자생적인 조직력과 영향력을 갖추고, 복잡한 정치적 역학구도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해 내느냐에 따라 반 총장의 초반 대권가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우선 가장 주목받는 측근 그룹은 충청권이다. 영호남으로 나뉜 지역갈등 구조를 타파하고, 국민 대통합을 위해서는 충청출신 대통령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충청대망론이 점화됐다. 특히 충청에선 대망론의 주요 축으로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짐에 따라 민심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는 분위기이며, 이 같은 민심을 기반으로 한 다수의 출향단체들이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 대표적 출향단체인 `충청향우회`와 함께 충청출신 각계 유력인사들이 활동하는 `충청포럼`이 눈에 띈다. 충청포럼은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직간접적으로 표명했던 고 성완중 경남기업 회장의 주도로 설립됐다. 친박계였으나 무소속인 충남 청양출신 윤상현 의원이 현재 회장을 맡고 있으며,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도 핵심 인사로 꼽힌다. 반 총장과 40년 지기로 한달 평균 2-3회 이상 전화 소통한다는 임덕규 씨가 이끄는 충청명사모임 `백소회` 역시 든든한 지원세력이다.

새누리당내 주요 충청권 인사들도 관심이다. 특히 반 총장의 방한 첫날 제주도에서 만찬을 함께했던 정진석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반 총장의 야당행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지면서 당내 각기 다른 입지를 굳건히 구축하고 있는 이들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권후보로서 반 총장의 연착륙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 현직 외교관 출신 역시 킹메이커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평생을 외교업무에 헌신했던 반 총장을 가장 잘 아는 측근 그룹이 이들인 만큼 그의 복심을 제대로 파악해 때로는 발로 뛰는 참모역할을, 때로는 원로로서의 고문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송민순·김성환 전 외교부장관,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오준 유엔 대사 등과 함께 현재 청와대 의전비서관으로 재직중인 윤여철 전 유엔사무국 의전장, 김원수 유엔 군축 고위대표 대행 등이 측근으로 분류된다. 노신영·한승수 전 총리는 반 총장에게 조언할 원로그룹으로 꼽힌다.

새누리당의 충청출신 한 중진의원은 "반 총장이 여러 표현을 했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방한을 통해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올랐다는 사실"이라며 "야권의 다른 잠룡과 달리, 당분간 아무런 행보를 보일 수 없는 만큼, 측근 그룹의 간접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충청출신이 국가중심에서 일하는 것은 중요하나, 충청에서 분위기를 앞세워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은 누구도 생색낼 때가 결코 아니며, 어떤 활동이 장기적 관점에서 도움이 될지 잘 판단한 뒤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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