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선정 작업 가장 중요 핀란드 반면교사 삼아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기관(ANDRA),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SNL) 등 세계 각국 전문가가 참여한 방사성폐기물 안전관리 국제 심포지엄이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렸다. 현재 지구상에 총 441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에 있으며 65기가 건설 중에 있다. 사용 후 발생한 핵폐기물 안전 처분이 세계적 이슈다.

지난해 8월 28일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준공되어 친환경 코라드 청정누리공원과 함께 온 국민에게 개방되었다. 많은 갈등과 시련 끝에 방폐장 최초 부지선정 후 30년 만에 온 국민이 만들어낸 성공적인 작품이다. 세계6위 원전 강국을 실증한 경사이자 미래 원전산업 수출을 위한 튼튼한 초석을 마련한 셈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현재 크게 중-저준위 폐기물과 고준위 폐기물로 구분 처리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 폐기물로 방사능 수치가 높은 위험한 폐기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고준위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 방폐장을 위한 건설부지 조사 착수도 못하고 있다.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각 원전 자체 내 안전시설에 임시 보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고준위 폐기물이 약 88%나 채워져 있어 2019년부터 임시 저장소마저 넘쳐 날 것으로 보인다. 건설공정과 과정을 역산해도 더 이상 기다릴 시간여유가 없다.

지난해 9월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고준위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장 건설 현장인 핀란드 온칼로(Onkalo)를 방문했다. 올킬루오토섬에 위치한 온칼로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장은 주변 환경이 수려하여 관광 휴양지와 같은 쾌적하고 자그마한 섬의 지하 500m에 위치한 고준위 사용 후 핵연료 영구 동굴 처분장이다.

2020년부터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이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 원자력환경공단과 유사한 포시바(Posiva)라는 자회사가 관리 운영하고 있다. 모든 방사성 폐기물 처리 처분 책임은 방사성 폐기물 생산자에게 있으며, 포시바가 핀란드 고용경제부가 승인한 프로그램에 따라 방폐장을 운용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계획에서 시공까지 핀란드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든 과정이 우리에게는 교과서와 같다. 포시바의 고준위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 방폐장 건설은 1978년 예비 타당성 연구를 시작으로 부지 정밀 지질조사, 2012년 처분장 건설, 2018년 시운전, 2020년 사용 후 핵연료 처분 시작으로 이어진다. 무려 40년의 긴 과정이다. 이 과정 모두가 지역 주민과 일반 국민에게 하나하나 그때그때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작은 부지선정 작업이다. 핀란드는 부지선정을 위해 전 국토를 대상으로 20여년에 걸쳐 위성사진, 지질 지구물리도, 기반암 조사 등의 평가를 통해 예비 후보지를 압축하는 과정을 거쳤다. 예비 후보지역을 대상으로 또다시 10여년에 걸친 야외정밀지질조사, 수리지화학, 암석역학 등 타당성 평가를 수행해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무려 30여년에 걸쳐 부지 선정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 과정이 간과해선 안 될 핵심 사항이다. 핀란드 사용 후 핵연료 영구처분 방폐장의 최종 선정 부지는 시생대 미그마타이트질 변성암 지역이다.

한반도에도 화강암 기반암과 시생대 변성암 기반암이 넓게 분포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핀란드는 방페장 시공과 함께 시공 현장에 지하연구실험실을 병행 운영하여 지반 물성이나 특성을 수시로 파악하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방폐장의 위치는 원전에서 될수록 가까운 지역을 우선으로 하여 폐기물 운송비용과 위험도를 최대한 줄여 안전도를 최대로 높였다.

시공 과정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에 부적합한 현상이 발견된 경우에도 감추지 않고 오히려 사용이 부적절한 사례로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안정정과 투명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또한 쾌적한 미니 체험관을 건설하여 원전 발전과 폐기물 처분 전 과정을 편하고 알기 쉽게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체험장 안내 설명은 비전공 안내자가 아니라 현장 전문가가 직접 심층적으로 설명하여 사실 현황을 확신시켜 준다.

방폐장은 원자력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안전하게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는 친환경 최첨단시설이다. 핀란드의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건설 작업 공정과정은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례다. 사용 후 핵연료 처분장 건설은 선택이 아니고 모든 국민이 함께 풀어야 할 필수 사업이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과 운영의 값진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온 국민 모두의 힘으로 새로운 고준위 방폐장 건설을 통해 제2의 걸작 성공 스토리를 하루속히 만들어내자. 무한한 미래 원전 산업 세계 시장이 눈앞에 보이고 있다.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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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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