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경제성장 이끌어온 공학 국제 경쟁력은 기술수준과 직결 국가 성장동력 '근본' 되새겨야
그러나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는 세계 시장의 소용돌이에서 우리나라는 다소 휘청거리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우리에게 톡톡한 외화벌이를 제공했던 해외 건설 시장은 더 이상 우리에게 유리하지도 않고 조선 시장은 1위의 자리를 내준 지 오래 됐다. 전자 제품과 자동차 분야도 세계시장의 점유율이 점차 감소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하고, 일본은 거품 경제에 의해 한동안 진통을 겪고 나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고, 중국은 이제 세계 경제의 거인으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인도의 문도 열리고 이란의 문도 열리는 것 같지만 이들은 잠재적인 경쟁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경쟁력은 그 나라의 기술적인 수준과 직결된다. 기술이 있는 나라는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유럽이나 남미의 몇몇 나라들처럼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독일과 일본의 예는 특별히 눈 여겨 보아야 할 부분이다. 미국도 탄탄한 기초 학문을 기반으로 한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곧잘 극복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도 더 이상 싸구려로 승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의 우수한 학생들은 공대에 진학하지 않는다. 그나마 공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보수가 높은 대기업이나 공기업 또는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공무원에 취업하기 위해서 소위 스펙을 다듬는 데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고등학생들은 점수 관리를 위해 `물리`나 `화학`같은 골치 아픈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과학과 수학을 요리조리 피해 다닌 학생들은 공대에 진학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고 공대에 진학해도 쉽사리 흥미를 가지기 어렵다. 정작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학원 진학에는 학벌 개량을 위한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하위권 대학은 훈련시킬 학생이 없고 상위권 대학은 제대로 훈련된 학생이 없다고 한다.
7080 세대는 동갑내기들이 가장 많다는 베이비붐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대학에 진학할 당시 입시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지금과 비할 바가 아니다. 정부는 입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원을 늘리고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하도록 해왔다. 그리고 정부는 부처별로 입맛에 맞는 대학을 만들기도 하였다. 출산률이 저조해진 지금 2018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생의 수가 대학정원보다 작아지면서 개점 휴업하는 대학도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다. 어렵게 공부하지 않아도 대학에 갈 수 있게 된 것이 과연 우리 자녀세대에게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쟁력에 도움이 됐을 것인지는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느덧 7080 공학도들도 은퇴하는 나이가 됐다. 부모 세대에게 받은 것이 별로 없었던 이들은 자녀세대에게서 기대할 것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불현듯 정말 가진 것 없던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낸 그들에게 이 어려운 시대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서동일 충남대 공과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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